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황폐해진 대지와 썩은 바다. 부해(腐海)라는 독성 물질이 마구 떠다니는 1000년 후 지구. 부해를 내뿜는 곰팡이 숲은 점점 커지고 사람들의 영역은 줄어든다. '오무'라는 거대 곤충은 인간을 위협하고, 숨쉬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래도 아직은 인간의 공간이 남아있다. 오염된 숲을 피해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 나우시카가 사는 바람계곡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악명높은 군사제국 토르메키아의 비행선이 떨어지며 평화롭던 바람계곡은 위험에 빠진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1984년 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風の谷の ナウシカ)다.
영화가 그리는 1000년 후 미래는 2020년의 오늘과 매우 닮았다. 독성물질 부해는 코로나19로, 날개 달린 마스크는 하얀 KF 마스크로 보인다. 자연의 경고는 점점 심각해지는데, 이 사실을 모른 채 서로 총을 겨누는 인간의 모습 역시 지금의 우리 모습과 겹쳐 보인다. 자연을 파괴하고 침공을 일삼는 군사 대국 '토르메키아'의 황녀 '크시나'는 경제 발전과 자국의 이익에만 몰두한 세계 각국의 지도자를 떠올리게 한다.
◇2020년 자연의 경고가 휩쓸다
아직 몇 개월 더 남았지만, 올해는 참 지독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유행했고, 지구촌 곳곳이 이상 기후에 시달렸다. 지독했고 앞으로 더 지독할 2020년의 골칫덩이들은 하나의 공통점으로 묶인다. 바로 환경 파괴로 인한 자연의 경고라는 점이다.
코로나19는 공장식 축산과 동물 서식지 파괴로 인해 생겨났다. 영국의 저명한 동물학자 제인 구달은 "코로나19는 산림 축소, 종의 멸종, 서식지 파괴 등 자연에 대한 과잉개발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폭우를 비롯한 이상 기후는 인간이 내뿜은 이산화탄소에서 비롯됐다. 기상청은 50일을 기록한 역대 최장 장마는 북극의 이상고온 현상 때문이라 진단했다.
◇환경 문제, 경제와 맞닿아있지만…여전히 행동하지 않는 우리
환경 문제는 결코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27일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3%와 2.8%. 소비자물가는 0.4%, 1.0%로 전망했다. 역성장만은 아닐 것이라 장담했던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전망치를 낮췄다. 한은은 코로나19가 내년 말 이후에나 점차 진정되는 비관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성장률은 올해 -2.2%, 내년 1.2%로 내다봤다. 내년 초반 이후 점차 진정될 것이란 낙관 시나리오에선 올해 -0.9%, 내년 3.4%를 예상했다.
올해 1월 열렸던 다보스포럼의 최대 이슈는 '환경'이었다. 각국 정상들과 경제 석학들은 경제 성장 대신 환경을 논했다. 환경 문제가 미래 경제 성장을 위협할 것이란 공통된 문제 인식 때문이었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툰베리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실제적인 위기로 대응하지 않으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문제 인식을 공유했을 뿐, 그 이후 이렇다 할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되는 이유다.
나우시카는 여성 서사를 주로 다룬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도 보기 드물게 강인한 주인공이다. 마을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십과 강단, 강인한 체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자기 주변의 모든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는 따듯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완벽한 영웅에 가까운 나우시카는 결국 자기희생을 통해 오염된 지구를 구한다. 영화 속 지구는 주인공이 구했는데, 문제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다. 지금 이 지구에 나우시카는 없다. 결국, 오늘날의 지구를 구해야 하는 건 우리 스스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