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패권 전쟁 희생양 될 수도…각국 정부 승인에 18개월 걸릴 것”
미국과 중국의 핵심 기술을 통제하기 위한 패권 다툼에 엔비디아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ARM을 인수하는 것이 무산될 수 있다고 17일(현지시간) CNN방송이 경종을 울렸다.
이번 인수·합병(M&A)은 미국과 중국, 영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들 규제당국이 승인을 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더 나아가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매우 중요하고 전략적인 위치에 있는 ARM을 미국 기업이 손에 넣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징후도 있다.
이번 주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엔비디아의 인수는 ARM의 고급 칩 설계에 의존하는 중국과 유럽 기술회사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ARM이 미국의 손에 들어가면 중국 기술기업들은 확실히 시장에서 커다란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당국은 이번 딜(Deal)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종종 글로벌타임스와 같은 중국 관영 언론매체는 공산당 지도부의 복심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간주된다.
중국이 대형 M&A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대하다. 이 정도 규모의 반도체 부문 M&A가 마지막으로 시도됐을 때 바로 중국의 거부로 실패했다. 미국 퀄컴이 2018년 440억 달러에 네덜란드 NXP를 인수하려 했지만, 중국이 승인을 거부한 것이다.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인 아티프 말릭가 아만다 스카나티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세계 모든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상무부는 장기적으로 상세하게 이번 거래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와 ARM은 13일 공동 성명에서 “ARM의 성공 토대가 된 글로벌 고객에 대한 중립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ARM이 미국 기업이 된다면 미국 정부 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점점 더 수출 통제를 강화해 중국 기술기업의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