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부정적 영향 우려되나 금융 안정 측면에선 긍정 평가도
원ㆍ달러 환율이 이번주들어 5일 연속 떨어지며 1160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8개월만에 최저치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중국 위안화 강세에서 찾았다. 중국 경제지표가 양호했던 점이 위안화 강세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일찍 피해를 입었던 만큼 회복 역시 빠르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상고시 분위기도 한몫했다고 전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4.1(1.20%)원 급락한 1160.3원에 마감했다. 이는 1월 20일(1158.1원) 이후 최저치다. 하루 낙폭으로는 3월27일(-22.2원, -1.8%) 이후 6개월만에 가장 컸다.
시장에선 당분간 원ㆍ달러 하락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수출이 늘었는데 수입이 줄면서 2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증가했다. 이에 달러 공급이 많다 보니 위안화 환율 하락 압력이 꾸준히 있었다”며 “최근 8~9월 데이터가 시장 예상치보다 좋게 나온 부분이 위안화 강세를 밀고가는 작용을 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중국 경제가 좋다는 인식이 중화권 통화에 대한 매수세를 촉발시켰다. 외인 주도로 원화나 대만달러 등을 사고 달러를 파는 거래가 최근 집중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원달러는 박스권이 깨지게 됐고, 국내에선 지금이라도 팔기 위한 물량들이 가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예단은 어려우나, 시장에선 1150원선이 큰 지지선이기 때문에 그 선까지는 지지력을 확인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전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에 대해 통상압력을 줄 빌미를 막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강세를 유도할 것”이라며 “또한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이후 회복이 가장 빠른 부분도 위안화 강세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화 강세에 따른 원화 강세를 예상한 외국인이 순매수를 늘린다면 단기적으로 원ㆍ달러 하방 압력은 형성될 수 있겠다”며 “1차 지지선은 1150~1160원선일 것 같다. 다만 위안화 환율이 6.7위안 밑으로 떨어질 경우 원달러 역시 1150선을 하회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원ㆍ달러 하락세가 향후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긍·부정이 나뉘었다. 즉, 수출에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금융 안정 측면에선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코로나19가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원치 않는 환율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이전보다 많이 낮은 수준이라 하긴 어렵다”며 “사실 과거 환율이 오르고 외인이 나가면서 외환위기 등을 걱정했었는데 금융시장이 안정된다는 측면에서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출에 대한 어려움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수출기업 입장에선 물론 좋진 않다”며 “그럼에도 코로나19 이전을 생각하면 너무 낮은 수준은 아니기에, 전반적으로는 나쁘다 말하긴 쉽지 않다”고 평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 수출이 감소할 수 있고, 또 수출이 국내 성장률에 미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성장률 둔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차익을 목적으로 주식 투자자금이나 외인 투자자금 유입이 발생해서 적정환율보다 더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코로나19가 지속돼 실물경기가 더 침체될 경우 향후 자산 버블과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 있어 오히려 원달러 상승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정식 교수는 “코로나19가 내년 혹은 2022년까지 지속될 경우, 실물경기가 더 침체될 것이고 금융부실로 연결되면서 부동산 등 자산 버블이 붕괴되고 자본이 빠져나가는 금융위기가 올 위험이 있다”며 “또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국가신뢰도가 떨어지게 되고 자본 유출을 불러와 환율을 올리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