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SMIC에 기술 수출하려면 허가 받아야”…SMIC “공식 통보 못받아”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상무부는 전날 미국의 컴퓨터 칩 제조업체들에 서한을 보내 “SMIC와 그 자회사에 특정 기술을 수출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상무부는 SMIC에 수출된 기술이 중국 공산당의 군사 활동에 활용될 위험이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SMIC는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반도체 굴기’의 대표 주자로, 장비의 50%가량을 미국 업체로부터 수입한다. 블룸버그통신은 SMIC의 고객 중에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퀄컴과 브로드컴 등이 포함돼있다고 전했다.
SMIC는 이날 성명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수출 제한 통보를 받지 않았다”며 “SMIC는 반도체를 제조해 민간 및 상업적 목적의 이용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군과 관련이 없으며 군사적 목적을 위해 반도체를 제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무부는 서한에 대해 “산업안보국(BIS)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지속해서 감시하고 있다”며 “특정 문제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지만, BIS는 연계 기관과 함께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만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몇 주간 SMIC에 대한 제재를 검토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적 목적으로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중국 정부의 관행을 우려하고 있어 SMIC가 중국의 보안 시설을 지원하는지가 이번 제재의 중요한 쟁점으로 꼽혔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 국방부는 4일 SMIC를 수출 제한 목록(블랙리스트)에 올려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7일 SMIC의 주가는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하루 만에 23% 넘게 폭락했다. 당시 자오 리지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국제 무역 규칙을 위반하고 글로벌 가치 사슬을 약화시켰다”며 “노골적인 괴롭힘”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만큼 심각하지는 않아서 수출 가능성이 완전히 막혔다고 볼 수는 없다. 에디슨 리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SMIC를 겨냥한 수출 금지를 구체화한다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확대돼 더 많은 중국 기업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