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출장지에 NXPㆍ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두 회사 모두 M&A 인수 후보 거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럽 출장이 AMD의 자일링스 인수 추진과 더불어 더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이 활발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찾는 네덜란드와 스위스에 기술력이 탁월한 인수·합병(M&A) 가능 후보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 전문업체 AMD(Advanced Micro Devices)가 AI(인공지능)칩 제조사이자 FPGA(프로그래머블칩) 업체 자일링스(Xilinx)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MD가 자일링스를 300억 달러(약 34조5750억 원)에 인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 최종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GPU 업체 엔비디아(NVIDIA)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처럼 CPU, GPU, FPGA, ASIC(주문형 반도체) 등 이종의 반도체를 섞어서 부족한 성능을 보완하는 헤테로지니어스(heterogeneous) 컴퓨팅이 확산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M&A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헤테로지니어스 컴퓨팅의 확산은 CPU 등 기존 프로세서의 중요도를 감소시킨다. 이 때문에 독자적으로 보유하지 못한 기술을 M&A로 확충하기 위해 인텔, 엔비디아, AMD 등 대형 프로세서 업체 간 M&A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이종 간 M&A 추진이 확산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유럽 출장은 더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일 네덜란드를 경유해 스위스 제네바를 최종목적지로 유럽 출장을 떠났다.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에서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본사를 방문, 극자외선(EUV)노광기 확보를 위해 이 회사에 협력을 구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EUV 노광기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업계는 네덜란드 NXP와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이 부회장이 방문하는 국가에 있는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들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로부터 주문을 받아 모바일기기, 가전, 네트워크시스템에 탑재되는 시스템 온 칩(SoC) 제품을 생산한 바 있다.
NXP는 삼성전자의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20 울트라에 시큐어 UWB(초광대역) 파인 레인징(fine-ranging) 솔루션, 임베디드 SIM(eSIM), NFC(근거리무선통신), 시큐어 엘리먼트(eSE) 유닛 등을 적용하기도 했다.
특히, NXP는 AMD가 인수 추진 중인 자일링스와 함께 삼성전자가 M&A를 고려하는 핵심 기업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프로세서 업체 간 M&A 경쟁 치열하다. 향후 남아있는 기술력이 탁월한 M&A 가능한 인수 후보에 시장의 시선이 쏠릴 것”이라며 “예상되는 유력한 회사가 네덜란드 NXP와 스위스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국의 래티스 반도체 등이다”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어떤 업체와 협력을 구체화할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 부회장의 이번 유럽 출장 후 삼성 반도체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기준 112조 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WSJ은 최첨단 기술과 풍부한 자금력을 지난 삼성전자가 전략적 M&A를 통해 새로운 영역에서 발판을 다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