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 조정은(29) 씨는 올들어서 외출복을 단 한 개도 사지 않았다. 집에서 대부분 잠옷 차림이거나, 근처 슈퍼마켓에 들를 때 운동복을 입는 정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지만 당장 출근할 것 같진 않다”라면서 “집에서 10분 거리 이내에서라도 예쁘게 다니고 싶어 굳이 외출복보단, 레깅스 같은 운동복을 더 살 예정”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집콕 문화’가 확산하면서 파자마, 애슬레저룩과 같은 ‘라운지 웨어’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지만, 예전보다 재택문화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라운지웨어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온라인쇼핑몰 업체 지그재그에 따르면 올해 1~9월 잠옷, 파자마로 검색한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85%, 50% 올랐다. 트레이닝 세트는 100%로 2배 올랐다. 패션 업계에서도 관련 상품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의 올 상반기 파자마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511% 증가했다. 특히 올해 4월 선보인 남녀공용 ‘365 파자마’는 출시 2개월 만에 판매율이 80%에 달했고, 일부 제품은 조기 완판됐다.
이랜드월드 스파오는 상반기에 이어 겨울맞이 역대 최대 규모의 ‘파자마 페스티벌’을 16~25일까지 연다. 셔츠형 잠옷, 티셔츠, 바지 세트 잠옷, 원피스 잠옷 등 총 100여 종의 다양한 잠옷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랜드월드 스파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 여파로 파자마 부문 매출이 20% 올랐다”라면서 “‘해리포터 도비 시리즈’, ‘해피버쓰데이 케이크’ 수면 잠옷 등 제품군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슬레저룩도 덩달아 인기다. 엑티브웨어 브랜드 젝시믹스의 애슬레저룩은 올해 9월까지 누적 판매이 지난해 동기 대비 15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브플먼트'에서 선보인 조거팬츠와 스웻셔츠도 제품 출시 하루만에 초도물랑이 완판됐다. 조거팬츠는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입는 운동복으로, 애슬레저룩으로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 브플먼트의 해당 제품은 3차 리오더 물량까지 모두 완판되고 4차 리오더까지 진행됐으며 초도물량의 5배 물량을 생산했다.
라운지 웨어의 인기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집콕문화 확산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홍보팀 임지혜 과장은 “코로나 여파로 생활반경이 좁아지면서 ‘슬세권’(슬리퍼를 신은 편안한 차림으로 활동 가능한 권역)에서 활동복이 선호되고 있다”라면서 “집 안팎에서 입을 수 있게끔 기존 홈웨어에 스타일 요소를 더한 다양한 옷들이 출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패션업계도 ‘라운지 웨어’ 관련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스파오는 최근 발열내의를 일상복으로 구성한 ‘웜테크 에브리웨어’와 함께 ‘집콕 라인’의 니트 셋업 2종을 출시했다. 스파오 관계자는 "웜테크는 2009년 첫 출시 이후 스파오의 스테디셀러로 발돋움하며 올해 발주량을 2배 이상 늘렸다"면서 "기능성으로 인정받은 만큼 디자인과 착용감을 업그레이드해 라운지웨어로도 지속해서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