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말효과에 대기업대출 줄고, 코로나19 재확산에 중기·개인사업자대출 증가
수시입출식예금 7개월만 최대폭 증가, 법인세 결제이연에 재난지원금 등 영향
영끌(영혼까지 끌어내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에 은행 가계대출 급증세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대출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옥죄고 있지만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중 은행의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한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9조6000억원 증가한 957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증가세는 9월 기준으로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최대치다. 또 역대 최대 증가세를 기록했던 8월(+11조7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증가세다.
이는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가 증가하면서 시차를 두고 관련 자금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또, 기 승인된 집단대출 실행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월 1만6000호를 기록한데 이어 7월에도 1만1000호를 기록했었다. 같은기간 경기도는 3만5000호와 2만2000호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도 6~7월 각각 1만2000호를 보였었다.
일반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을 합한 기타대출은 3조원 증가한 25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9월 기준으로는 증가폭이 가장 컸다. 8월에도 5조7000억원이 급증해 역대최대 증가세를 보였었다.
이는 9월 카카오게임즈와 10월초 빅히트 공모주 청약으로 자금수요가 있었고, 주담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주택관련 자금수요도 여전했기 때문이다. 다만 추석에 따른 상여금이 유입되면서 증가폭이 전월대비 축소됐다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과장은 “가계대출은 전월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6~7월 늘어난 주택거래가 주담대로 연결됐고, 최근 전세값이 상승하면서 전세대출도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기타대출은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 청약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 여부는 상하방요인이 혼재해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에서는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4분기엔 계절적으로 가계대출이 발생하는 때다.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
은행 기업대출은 5조원 늘어난 966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부문별로 보면 대기업대출은 2조3000억원 줄어 두달째 감소했다.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일시상환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급증했던 운전자금 수요도 둔화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7조3000억원 늘어 5월(+13조3000억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기대출 중 개인사업자대출은 3조4000억원 늘어 역시 5월(+7조7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정책금융기관 지원이 지속된데다, 추석을 앞둔 자금수요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밖에도 은행 수신 중 수시입출식예금은 34조8000억원 급증한 82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월(+38조6000억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월말이 휴일이어서 법인세 등 기업관련 자금결제가 미뤄진데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과 추석 상여금 유입 등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