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1MDB 스캔들에 28억 달러 지불 합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2015년 5월 14일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국부펀드 1MDB 간판 앞에서 담소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MDB 비자금 조성 스캔들 연루와 관련해 20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와 총 28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쿠알라룸푸르/AP뉴시스

골드만삭스는 1MDB 스캔들과 관련해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총 28억 달러(약 3조1700억 원)를 지불해 미국에서 형사 재판 기소를 피하게 됐다고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번 합의로 골드만삭스는 151년 역사상 가장 큰 오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5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그 대가로 치르게 됐다. 이는 회사 연간 순이익의 3분의 2에 달한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형사 재판 유죄 판결에 따른 심각한 제재라는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은행은 이미 1MDB 스캔들 관련 비용을 재무보고서에 계상한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이번에 미국 법무부에 22억 달러 벌금을 내기로 했다. 또 2012~13년 1MDB의 65억 달러 규모 채권 발행을 대행하면서 얻은 수수료 수입인 6억 달러를 포기하기로 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지난 7월 말레이시아 당국과도 25억 달러 벌금에 합의해, 말레이시아 검찰이 9월 초 은행에 대한 형사 기소를 유예했다.

말레이시아, 미국 당국과의 잇따른 합의로 골드만삭스는 기소되는 것을 피한 것은 물론 미국 정부가 지정한 준법감시담당자가 파견되는 부담도 덜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애초 미국 검찰은 골드만삭스에 감독관을 두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아왔다.

1MDB 스캔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훼손됐던 명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던 골드만삭스에 더 큰 상처를 줬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 당시 모기지 투자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 거래에서 투자자들을 기만한 사기 혐의로 2010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소됐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5억5000만 달러 벌금을 내고 사업 관행을 개선하기로 SEC와 합의했다.

그러나 1MDB 스캔들은 골드만삭스가 수익만을 추구하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

스캔들 중심에 있는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경제 발전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2009년 국영투자기업인 1MDB를 설립했다. 그러나 1MDB는 나집 라작과 측근들의 자금 유용 창구로 악용됐다. 이들은 1MDB를 통해 45억 달러를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WSJ는 “1MDB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일반적인 관행보다 훨씬 많았던 것은 무언가 잘못 됐다는 경고 신호였다”며 “골드만삭스는 이를 묵인해 부정부패에 가담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