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타투(문신)는 이미 일반화된 지 오래다. 2018년 11월 21일 식약처가 개최한 ‘문신용 염료 안전관리 방안 포럼’에서 문신용 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영구 문신(눈썹·입술) 이용자는 1000만 명, 타투(전신) 이용자는 300만 명에 달한다. 2018년 기준으로만 대략 1300만 명에 달하는 수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타투는 우리나라에서 불법이다. 법원이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하고 있어 비의료인의 시술을 불법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이래로 의사 면허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문신 시술을 영리적 목적이 있는지와 무관하게 모두 처벌하고 있다.
현재 '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은 타투 경력만 14년째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괜찮은 조건으로 디자인 회사에 취직해 일하고 있던 그는 누구보다도 그림을 잘 그릴 자신이 있었다. 이에 자신의 재능을 좀 더 값지게 쓸 수 있는 곳을 생각하다 타투를 선택했다. 타투이스트(문신사)가 된 그는 평소 타투의 합법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이에 공감해주는 동료들과 함께 올해 2월 타투유니온 지회를 설립했다.
타투는 왜 합법화돼야 할까. 그리고 타투는 왜 지금까지 불법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었을까. 이투데이는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타투작업실에서 김도윤 지회장을 만나 타투유니온의 활동 방향과 요구 사항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도윤 지회장은 타투의 합법화에 대해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타투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서 합법화가 이뤄지고 잘 관리가 될 때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건 1300만 명가량의 소비자들"이라며 "우리도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오로지 우리의 양심에만 달린 것이다. 양심에 맡길 게 아니라 국가에서 지켜야 할 규정을 마련해주고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타투가 불법인 대한민국을 제외한 웬만한 국가들은 국가에서 제정한 감염관리수칙을 공부해서 시험을 본다. 국가나 지자체가 타투 작업을 관리하는 규정이 자세하게 마련돼 있다"며 "그림을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는 소비자들의 영역이지만 피부에 어떤 상처를 입혔다거나 마무리 작업을 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다른 나라는 타투를 어떻게 제도화시켜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 이미 연구를 많이 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에서 타투의 합법화를 반대하는 것과 관련해선 "눈썹·아이라인 등 미용문신과 달리 서화문신은 예술의 영역이다. 전 세계 사람들의 보편적인 눈높이에서 서화문신을 의료행위라고 이야기하는 건 굉장히 우스운 일"이라며 "공식적으로는 국민의 안전과 보건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하나의 이익산업을 놓칠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타투이스트 노동조합인 타투유니온은 2월 27일 설립됐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학식품노조)에 속한 타투유니온은 현재 타투이스트의 '일반 직업화(합법화)'와 헌법소원 청구 외에도 타투 노동자들의 처우 및 교육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도윤 지회장은 "작년 11월께 국무총리실에서 타투 산업을 합법화하겠다는 발표가 있었고 이후 간담회도 진행됐다. 눈썹 등 미용문신과 달리 서화문신(그림을 다루는 타투이스트) 쪽은 대화 파트너가 없어 참석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가만히 있다간 부족한 방향으로 합법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노동조합의 형태로 일반 직업화 운동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지회를 만들었다"고 타투유니온의 설립 취지를 밝혔다.
타투유니온은 현재 관련성을 찾아보기 힘든 화섬식품노조에 속해 있다. 이에 대해 김도윤 지회장은 "처음 노동조합이라는 형태에 관심이 있을 때 현행법상 불법이며 근무조건이나 형태도 다양한 우리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어딜까를 우선시하고 찾았다"며 "특이하게도 화섬식품노조는 네이버·카카오 등 IT 노조부터 아름다운가게, 파리바게뜨 등 '왜 굳이 화학섬유노조야?'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 있었다. 이들이 노동환경이나 노동형태를 바라보는 눈이 확장성이 있다고 생각해 노조 가입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김도윤 지회장은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유에 대해 "우리는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가 아닌데 노조 가입이 있느냐는 일부 지적을 두고 "노동자가 아니어서 노동조합에 들어갈 수 없다고 이야기하면 우리가 하는 노동은 노동이 아니게 된다. 플랫폼 노동자 등 기존에 없던 형태의 업무와 노동이 생기고 있는데 기존의 제조업·회사 중심 노조만 생각하고 그 틀에 맞춰 이야기하는 건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최근 일본 최고재판소가 문신 시술 행위를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가운데, 타투유니온은 한국에서도 문신 시술을 합법화시켜달라며 3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김도윤 지회장은 1992년 문신을 의료행위로 판단해 비의료인의 문신은 불법이라고 판시한 당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당시엔 '문신이라는 문화가 싫다'라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 저항이 일어나지 않았다. 문신은 조직폭력배의 문화였고 상대에게 혐오감이나 두려움을 주기 위해 사용하던 게 많았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대법원의 판례로 타투이스트는 타투를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잃어버렸고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 또한, 소비자들도 자기 신체에 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판례 하나만으로 제한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992년 당시 사법부는 일본이 가지고 있던 판례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최근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로 이제 우리나라가 유일한 타투 불법 국가가 됐다"며 "한국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타투 장르를 만들어냈고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타투 작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타투 문화에 있어서 가장 선진국이 돼 있는데 호불호를 법 제도로 만드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이제 정리할 때가 됐다"며 헌법소원의 취지를 설명했다.
타투유니온에서는 '타투 합법화'보다 '일반 직업화'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도윤 지회장은 "합법화라는 단어는 우리 작업이 불법이라는 것을 이미 전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법인 이유가 타투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규정과 법규만 제도화한다면 우리도 일반 직업으로 인정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실제로 대한민국 어떤 법 조항에도 '타투는 불법이다'라는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지역의 한 보건소에서 타투 작업장들을 방문해서 위생단속을 한 적이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일인데 사실 법률이 없어 타투샵을 관리할 규정도 없고 단속이 애매하다"며 "손님이 작업을 받고 감정이 상해 신고를 하거나 작업자들끼리 서로 비즈니스를 위해 신고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생긴다. 심지어 어떤 법의 해석을 받느냐에 따라 실형을 살기도 한다"고 타투의 제도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