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건설 계획이 결국 백지화된다.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은 상당 부분 보완돼야 하고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당장 대구·경북지역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해신공항은 오랜 진통 끝에 4년 전 결론 났던 사안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논의가 시작돼 후보지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대립하면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가 공항설계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타당성 조사를 맡긴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6월 김해신공항으로 최종 결정됐다. ADPi 평가는 김해공항의 확장이 최우선 순위였고, 다음이 밀양, 가덕도는 꼴찌였다. 가덕도는 해양 매립을 위한 막대한 비용으로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가 당선되면서 이들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줄곧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부·울·경 단체장들의 요구에 밀려 총리실에 검증을 넘겼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가덕도신공항으로 가는 수순이다. 여권이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악화한 지역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결정돼 있는 대형 국책사업을 뒤집는 것이다. 게다가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이 인근 산을 깎는 문제를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흠결을 강조했다. 궁색한 논리다.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면 된다. 이런 식이라면 지역 이해가 엇갈린 어떤 국책사업도 추진하기 힘들다.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은 원점 재검토와 함께 장기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해신공항이 무산됐다고 가덕도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신공항은 지역의 문제를 넘어 국가대계 차원에서 추진돼야 할 사안이다.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새 입지를 정하려면 다시 여론 수렴과 엄밀한 타당성 검토가 이뤄져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 과정의 신뢰성과 공정성이 결여되면 어떤 결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이미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확정된 국책과제의 방향을 정치논리가 뒤집었다는 비판도 비등하다.
앞으로 가덕도로 힘이 실릴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사전 타당성 검토와 예비타당성 조사, 그 평가에 기반한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 등의 절차를 제대로 확실하게 밟아야 한다. 엄청난 세금 낭비가 불가피하다. 김해공항 확장에 4조 원 정도가 소요되는 반면, 가덕도신공항에는 10조 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과거의 추정치도 있다. 지역 간 갈등 증폭과 국론분열 또한 피할 수 없다. 이런 혼란과 사회적 비용은 누가 책임질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