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3Q 온라인 매출 79% 폭증…아마존 순익 200%
상점 입구에서 혈투까지 벌이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이제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완전히 바뀐 미국의 쇼핑 패러다임을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소개했다.
매년 추수감사절부터 연말까지는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이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백화점과 유통매장마다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런 쇼핑 축제의 풍경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소비자들은 이제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눈길을 돌렸다.
손님이 오지 않아 불 꺼진 지방 대형백화점 빌딩은 온라인 주문과 반품을 처리하는 ‘다크스토어’로 용도를 바꿨다. 다크스토어란 오프라인 매장이지만 쇼핑공간이 아니라 온라인 배송용 상품만 취급하는 매장을 말한다. 162년 전통 미국 대형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콜로라도와 델라웨어의 두 매장을 다크스토어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제프 제닛 최고경영자(CEO)는 “증가하는 온라인 판매와 더 빠른 무료 배송을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다크스토어를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에 몰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과 봉쇄 조치로 소매 업계의 주요 변곡점이 됐다. 쇼핑 패러다임의 변화는 유통업체들의 실적 발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3분기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고 밝혔고, 경쟁업체 타깃은 155% 늘었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매출은 37%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무려 200% 가까이 폭증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성장이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쇼핑 방식을 영구적으로 바꾼 결과라고 설명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소비자들의 새로운 쇼핑 패턴이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는 12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전체 소매판매의 20%는 온라인에서 창출됐다. 이는 지난해 16%에서 늘어난 수치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부동산 조사기관 코스타그룹은 이달 초 기준 올해 안에 폐쇄 예정인 오프라인 매장 수가 1만991개로 사상 최다라고 밝혔다. 업체들이 매장 수를 줄이고, 임대료를 내지 않거나 파산하는 사례가 많아 부동산 업계에는 위기감이 짙다. 올해 파산한 소매업체는 JC페니와 J크루, 브룩스브라더스, 니먼마커스 등이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상권인 매디슨 애비뉴와 소호도 텅 빈 상점으로 연말 분위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 전역에서 3분기 임대 재계약 건수는 31% 감소했고, 임대료도 13% 하락했다. 뉴욕 맨해튼의 임대료는 12분기 연속 떨어졌다.
반면 교외 지역의 창고는 없어서 문제다. 맨해튼 외곽 공장 용지에는 현재 12개 이상의 온라인 주문 관리용 창고가 건설되고 있다. 3분기 창고 임대 건수는 직전 분기 대비 70% 폭증했다. 아마존은 퀸스와 스테이튼 아일랜드, 브롱크스 등 교외 지역의 건물과 창고를 공격적으로 매입하는 중이다.
산티아고 갈리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매장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온라인 판매와 통합된 방식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소매 산업에서 (온라인 판매로의) 전환은 흥미롭고 좋은 것”이라면서도 “고통 없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