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100억달러 가까이 급증..4360억달러 돌파 6개월째 역대최고..세계 9위 수준 유지
외환보유액이 4360억달러를 돌파하며 6개월째 역대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월간 증가폭은 100억달러에 육박해 10년4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강세)하면서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매수개입을 지속한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증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우선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급락함에 따라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환시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11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월대비 27.92원(2.4%) 급락한 1116.76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6월(1092.80원) 이후 2년5개월만에 최저치다. 직전달에도 34.12원(2.9%) 급락한 바 있다. 말일자 기준으로도 28.6원(2.5%) 하락한 1106.50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용범 기재부 차관이 구두개입에 나서는 등 환율방어에 나섰다. 지난달 19일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외환시장 환율 변동이 과도하다”며 “시장안정을 위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용범 기재부 차관도 “최근 우리나라 환율 변동성이 과도하다. 수급보다 심리적 영향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전월 2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환율 하락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만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쏠림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시장안정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대상 달러화지수(DXY)인 달러인덱스는 11월말기준 91.87을 기록해 전월말(94.04)대비 2.3% 하락했다(한국시간 기준 91.79, 2.3% 하락). 같은 기간 호주달러화는 5.1%, 파운드화는 3.0%, 유로화는 2.5%, 엔화는 0.5%씩 절상됐다.
통상 달러화지수가 1% 변동할 경우 외환보유액은 20억달러 전후로 변동한다. 이를 이달 증가세와 대비하면 50억달러는 환시개입이, 50억달러는 달러화지수 하락이 각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준영 한은 외환회계팀장은 “외화자산 운용수익 및 기타통화표시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 증가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장개입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홍 부총리나 이 총재도 과다한 환율변동성에는 필요시 조치하겠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참고하면 되겠다”고 덧붙였다.
부문별로 보면 국채나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 등에 투자하는 유가증권은 109억8000만달러 늘어난 3946억4000만달러를 나타냈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3000만달러 확대된 32억2000달러를, IMF 회원국이 출자금 납입 등으로 보유하는 IMF에 대한 교환성통화 인출권리인 IMF포지션은 4000만달러 증가한 44억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10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4265억달러)는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다. 1위는 3조1280억달러를 보인 중국이 차지했다. 이어 일본(1조3844억달러), 스위스(1억217억달러), 러시아(5828억달러) 순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4466억달러)는 우리보다 한 단계 위인 8위를, 브라질(3558억달러)은 우리보다 한 계단 아래인 10위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