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의존 콘텐츠 공급망 자체 구축 나서
10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소니는 크런치롤을 11억7500만 달러(약 1조2775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크런치롤은 세계 200여 개국에서 9000만 명의 무료회원과 300만 명의 유료회원을 보유하고 있어 소니의 콘텐츠 공급망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소니는 2017년 미국 퍼니메이션프로덕션을 인수해 회원 100만 명을 두고 있다.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등 인기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공급은 거의 넷플릭스 등 외부 스트리밍 업체에 의존해왔다. 따라서 이번 인수를 통해 콘텐츠를 스스로 공급할 수 있는 망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사업 부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수는 모회사 AT&T에서 크런치롤의 주식을 전부 취득한 후 관계 당국의 승인을 거쳐 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AT&T는 크런치롤을 매각하며 워너미디어의 개편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2018년 AT&T는 850억 달러를 투입해 세계 최대 콘텐츠 제공 업체 타임워너를 인수했다. 하지만 무리한 인수로 AT&T의 순 채무가 180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나 사업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AT&T는 지난해부터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사업부 매각을 타진해왔다. 푸에르토리코의 무선 통신 사업과 데이터 센터, 뉴욕의 사무실 등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주력했다.
토니 빈시케라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글로벌 예술 형식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뛰어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크런치롤과 함께 우리는 가능한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고 일본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제작자들에게 더 큰 기회를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니의 애니메이션 사업 인수는 음악 등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오사나이 아츠기 와세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인수로 소니가 음악을 홍보하기가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소니 소속 작곡가에게 맡기는 일이 있어 애니메이션과 음악 부문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요시다 켄이치로 소니 회장의 경영 전략인 ‘사업부 간의 시너지 극대화’와 일맥상통한다. 닛케이는 “크런치롤의 인수를 통해 게임과 영화, 음악 등 소니 그룹 전체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