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완성 가시화 땐 더 뛸듯
'천도론' 이슈에 주변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세종시에서 새 아파트 몸값이 분양가 대비 3배까지 폭등했다.
지난 9월 28일 입주를 시작한 세종시 해밀동 해밀마을 1단지 세종마스터힐스 전용면적 59㎡형의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값)는 최고 7억2000만 원 선이다. 2018년 분양 당시 이 아파트 분양가는 2억1900만~2억4600만 원 수준이었다. 입주 시점 호가가 분양가 대비 무려 3배 뛴 것이다.
같은 시기 분양한 해밀마을 2단지 세종마스터힐스 전용 84㎡형도 현재 호가가 9억4000만 원 선으로 분양가(3억600만~3억8300만 원대)보다 6억원가량 올랐다. 다만 이는 최저 수준의 호가다. 동일면적 매물이 최근 9억4000만 원에 팔려 물건에 동이 나 앞으로 나올 매물 호가는 상향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이 달 이 아파트 전용 84㎡형이 4억~5억 원대에 실거래되는 사례가 나왔지만 일반적인 거래가 아닌 증여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해밀마을 2단지 세종마스터힐스에선 3억5400만~4억5400만 원대로 분양됐던 전용 102㎡형이 11억5000만 원선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일부 매물은 14억 원을 호가한다.
최근 서울에선 새 아파트의 입주 시점 매매가격이 분양가 대비 2배 가량 뛰고 있다. 세종시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 집값 상승세를 뛰어넘은 것이다. 분양가가 2억~3억 원대로 몸값이 애초에 낮아 서울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가격이 3배나 뛸 만큼 유례없는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종시 아파트값 폭등은 지난 7월 정부의 행정수도 완성 카드가 불쏘시개가 됐다. 입주 물량 감소와 교통 여건 개선 등으로 집값이 반등하던 시점에 정부가 천도론을 다시 들고나오자 후폭풍은 예상보다 거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올들어 지난주까지 41.32% 올랐다. 해밀동 A공인 측은 "주변 시세가 워낙 많이 뛰었고, 특히 해밀동은 인접한 도담동의 집값이 그대로 반영되는 분위기"라며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는 집주인들이 실입주에 나서면서 매물이 많지 않다보니 집값이 더 뛴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행정수도 완성 작업이 가시화되면 가격이 더 뛸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천도론 이슈 뒤 한동안 급등하던 이 일대 아파트값은 잠시 진정되는 듯 했으나 내년도 예산에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비가 확정되면서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세종시에선 지난 1일 한솔동 첫마을 3단지 전용 149㎡형이 17억 원에 팔렸다. 올해 세종시 최고 거래가다. 서울 강북권의 웬만한 아파트값보다 비싸다. 전용 84㎡형 매매 사례 중에선 다정동 가온마을 4단지가 지난달 21일 11억2000만 원에 팔려 신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