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로 작전지형 시각화…군대서 창업 꿈 키워”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개최한 ‘2020, 도전 K-스타트업’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AS.M.R.’ 창업스타트업 김경훈(23) 대표는 현재 군 복무 중인 육군 상병이다. 김 대표는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 근무지원단 지원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선임인 조성익 병장과 이상엽 병장과 함께 창업팀을 꾸렸다. 부대 안에서 만난 전우가 창업 스타트업의 핵심 멤버가 된 셈이다.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던 김 대표는 육군 탐지과에서 복무를 하던 중 매일 변하는 군사 작전을 효과적으로 가시화하고 브리핑할 수 있는 도구의 필요성을 느껴 스타트업에 도전했다. 그가 개발한 ‘GeoAR’는 3D프린팅 기술과 증강현실(AR) 기술이 융합된 실감형 지형정보 가시화 장치다. 특수모래와 3D프린터, AR 기술을 결합해 실제 지형을 구현하는 3D프린터 보다 출력 속도를 높였고, 언제든 출력물에 대한 수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 대표와 함께하는 이상엽 병장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에서 지식재산권(IP)을 전공했고, 조성익 병장은 서강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김 대표는 “창업과 스타트업 개발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기술개발에만 집중하다가 다른 경영적인 요소를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선임인 두 병장과 함께 팀을 이루며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어 정말 행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국대회 규모인 ‘도전, K스타트업’ 전 단계인 육군창업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군 복무 업무에 지치고, 상하 복종의 명령 관계에 있는 군대에서 어떻게 스타트업 창업이 가능했을까.
그는 “육군창업대회에 나가게 된 가장 큰 계기는 국방부 근무지원단의 창업동아리 덕분이었다”며 “작년 예비창업리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최일록 형이 많은 격려와 도움을 줘서 창업이라는 도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도 스타트업 창업시장에서 일 해본 경험이 있다. 컴퓨터 기술을 공부하다 보니 입대 직전에 창업 준비를 하는 친구 회사에서 앱과 서버 개발을 진행했던 것. 이 경험으로 김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게 영화나 드라마 속 허상이 아닌 실제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결정적으로 김 대표는 군에서 지형정보 관련된 임무를 수행 중인데, 이를 가시화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창업 아이템을 착안했다. 무엇보다 해당 아이템이 단순히 군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시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확신에 창업에 도전하게 됐다.
김 대표의 창업 아이템과 기술은 정부 주최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것은 물론 현재 수많은 벤처캐피털(VC)에서 사업제휴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김 대표는 “예비창업자 입장에서 VC의 투자 제안을 받기가 쉽지가 않은데 정부가 추진하는 ‘도전, K스타트업’ 성과가 얼마나 큰지를 새삼 느낀다”며 “군인 참가자 입장에서도 군대에서 나라를 지키는 군 복무와 함께 창업으로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돼 더할나위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착안한 ‘GeoAR(3D 프린팅 기술과 AR 융합된 실감형 지형정보 가시화 장치)’은 3D 프린터로 실제 모형을 만들고 그 위에 AR 그래픽을 입혀 가상현실(VR)이 가진 단점을 최소화 한다. 기존 3D 프린터가 가진 모형만 보여주는 한계를 극복하는 제품이다. AR이 어떤 실제 환경에 그래픽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섞어서 보여주는 것이라면, GeoAR은 실제 환경을 우선 만들고 그 위에 그래픽을 입힘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환경이 아니어도 AR처럼 볼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 특수모래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해서 수정 가능한 출력물도 만들 수 있다.
팀명인 ‘AS.M.R.’는 모래상자(Sandbox)에 혼합현실(MR)을 더한 것이다. 모래상자라고 하면 보통 창의적인 작업의 대명사처럼 쓰이는데, 기존 모래상자의 한계를 MR로 극복해 창의적인 새로운 활동의 능률을 극대화 시켜주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