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대기 중 9명, 요양기관 등 입원 중 22명 숨져
#. 서울에서 122번째로 사망한 A 씨는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당뇨 등을 앓고 있는 기저질환자였으나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병상이 없어서였는데, 자택에서 배정을 기다리다 3일 만에 숨졌다.
#. 서울 구로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남성 B 씨도 19일 자택에서 입원 대기 중 사망했다. B 씨는 기저질환은 없었으나 확진 당시 건강상태가 나빠 구로구에서 서울시에 병상 긴급배정을 요청했으나, 배정을 받기도 전에 상태가 악화해 숨졌다.
병상 부족에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고 숨지는 ‘애먼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와 유가족으로선 억울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1일 0시까지 병상으로 옮겨지지 못하고 자택에서 대기 중 숨진 사례는 3건, 요양기관 등 의료기관 입원 중 숨진 사례는 22건으로 집계됐다. 확진 후 24시간 이내에 숨진 사례까지 포함하면 확진 후 자택에서 숨진 환자는 모두 9명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926명 증가한 5만59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내발생은 892명이다. 임시 선별진료소를 통한 진단검사 확대에도 신규 확진자는 15일 이후 6일 만에 1000명 아래로 떨어졌으나, 사망자는 24명으로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2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병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병상 배정이 밀리는 데 더해 배정 후 대기도 길어지는 상황이다.
그나마 경증환자용 치료병상은 여유가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0일 기준으로 전국의 코로나19 치료병상은 5506개 중 1516개가 남아 있다. 생활치료센터에도 정원 1만518명 중 5519명이 입소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지정 생활치료센터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이다.
문제는 중증환자용 병상이다.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과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전국에 각각 31개, 11개만 남았다. 특히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수도권에서의 입원 가능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은 4개(서울),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2개(서울)뿐이다. 인천·경기에는 중증환자가 입원 가능한 병상이 없다. 서울에 남은 병상도 기존 위중·중증환자의 사망으로 발생한 여분이다. 사망자가 발생해야 신규 위중·중증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중증환자 치료병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은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 문제와 정부의 뒤늦은 대응으로 실행으로 옮겨지진 못했다. 음압격리·산소치료 시설을 갖춘 중증환자용 병상을 확충하는 데 재정적·시간적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민간 의료자원을 활용했어야 했는데, 민간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행정명령은 지난주 금요일에나 내려졌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26일까지 318개 중증환자 치료병상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단, 기존 환자의 전원 일정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추가 병상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는 병상 대기 중 숨지는 사례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