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부장대우
표절과 모방 그리고 패러디는 일반 성인이라면 명확히 구분해 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위 논문과 문학작품에 대한 표절 시비 의혹은 연중행사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가수 홍진영과 스타강사 설민석이 석사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적잖은 파장을 안겼다. 한 매체에 따르면 홍 씨와 설 씨의 석사 논문을 표절 검사 소프트웨어인 ‘카피킬러’로 확인한 결과 표절률은 각각 74%와 52%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 현장에선 표절률 20% 미만을 기준으로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이후 홍 씨는 대학 석사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현재 학위 취소를 위한 행정조치 절차에 들어갔고, 설 씨 또한 현재 해당 대학교에서 석사 논문 표절 문제에 관해 조사 및 심의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 이 외에도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표절 의혹 사건이 있다.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단편소설 ‘뿌리’를 썼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민정 씨는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내 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됐으며, 내 소설을 도용한 분이 2020년 무려 다섯 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것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무단 도용자로 지목된 이 남성은 ‘뿌리’를 그대로 베낀 응모작을 통해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과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을 받았다는 것이 김 씨의 주장이다.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남성이 소설뿐만 아니라 신문 칼럼과 인터넷 게시물 등 다양한 타인의 글과 아이디어를 도용해 각종 형태의 공모전에서 상을 휩쓸었다는 제보가 적잖게 올라오고 있다. 하물며 이 남성은 공모전을 통해 받은 상금을 차곡차곡 모아 자동차를 샀다고 페이스북에 자랑까지 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수십만 문학도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학을 한다는 사람이 남의 작품을 표절해 수많은 공모전에서 입상한 것도 충격이지만, 그 작품을 심사한 이들 또한 어떻게 표절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작가에게 있어 하나의 작품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태어난 소중한 생명이다. 문학뿐만 아니라 논문 또한 마찬가지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 낸 누군가의 작품을 마치 자기 것인 양 표절하는 행태, 이는 비단 영혼이 없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타인의 지적 재산권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표절은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 더 악랄한 절도 행위이고, 이는 어떤 식으로도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