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링이', '콩주', '소리', '늠름이', '뽐뽐이'.
모두 직장인 황진하 씨가 키우고 있는 반려식물의 이름이다. '고링이'는 사무실에서 진하 씨 곁을 지키는 수채화 고무나무이며, '콩주'는 직장 동료에게 선물 받은 식물 콩고다. '소리'는 넓은 잎을 자랑하는 몬스테라이고, '늠름'이는 이름처럼 늠름하게 자라고 있는 스파티 필름, 뽐뽐이는 향긋한 향을 자랑하는 바질 트리다.
그는 반려 식물이 "물을 주면 그다음 날 반응하고,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면 싹을 틔우지만, 내버려 두면 잎을 하나둘 떨어뜨리다 죽는다"며 "식물이 비록 말을 할 수 없지만 이를 보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진하 씨처럼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관련 제품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마트 가드닝 상품군 매출은 전년 대비 18.7% 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기르는 식물은 키우기 쉬운 '바질'이나 '민트' 같은 허브 종류나 '몬스테라', 공기정화 식물로 알려진 '스투키' 등이 있다.
허브 종류는 손이 많이 가지 않아 처음 키우는 사람들이 좋다. 특히 바질의 경우 발아율이 거의 100%에 달할 정도로 튼튼하므로 반려식물 초보자가 도전하기 좋다. 바질이나 민트는 4월이나 5월께 심으면 여름 내내 뜯어 먹어 요리나 차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물도 겉흙이 마를 때에만 잊지 않고 주면 된다. 다만 허브 종류는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실내에서 키워야 한다.
실내 인테리어로 안성맞춤인 몬스테라는 대표적인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 식물이다. 몬스테라 하나만 둬도 동남아 열대지방에 온 듯 이국적인 초록초록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몬스테라 역시 허브만큼 튼튼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잎이 커다랗게 자라는 관엽식물이기 때문에 화분 크기를 넉넉한 것으로 장만하는 게 좋다. 몬스테라 역시 허브와 비슷하게 겉흙이 마를 때 물을 흠뻑 주면 된다.
스투키는 아프리카 동부가 원산지인 공기 정화 식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물을 줘도 될 정도로 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다. 여름에는 2주에 한 번, 겨울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줘도 된다. 흙을 손으로 살짝 파보았을 때 흙이 바싹 말라 있다면 물을 한 컵 정도 주면 된다. 주의할 점은 물을 줄 때 흠뻑 줘서는 안 되며, 추위에 약하므로 겨울에는 실내에서 키울 것을 추천한다.
최근에는 반려식물을 넘어 직접 먹을 채소인 ‘반려 채소’를 키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문윤주(가명) 씨는 평소 상추, 콩나물 등 다양한 채소를 길러 반찬으로 활용한다. 최근에는 콩나물에 ‘차은우’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기르고 있다. 콩나물이 연예인 차은우 씨처럼 예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었다고 한다.
콩나물의 최대 장점은 빨리 자란다는 점이다. 일주일마다 새 콩을 불려 새 콩나물을 키울 정도다. 2시간마다 한 번씩 물을 주거나 외출 전 물을 듬뿍 주고 나가도 일주일 만에 금세 자란다. 윤주 씨는 콩나물이 "눈에 보일 정도로 쑥쑥 크니까 키우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빨리 자라는 아기를 보고 콩나물처럼 쑥쑥 큰다고 하잖나. 왜 그걸 콩나물로 표현했는지 콩나물을 키우면서 알게 됐다."
콩나물 역시 바질이나 민트처럼 식용이라는 장점이 있다. 윤주 씨는 "가끔 주변에 제 일주일의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고 포장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콩나물을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햇빛이다. 윤주 씨는 "콩나물은 빛을 많이 보면 초록색으로 변하고 물을 적당한 때에 주지 않으면 줄기가 가늘어진다"며 "샛노랗고 줄기가 통통한 예쁜 콩나물이 되기 위해선 햇빛을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려 식물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도움이 된다. 2010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79%의 환자가 가드닝 후 정신의 차분해지고 안정감을 느꼈다고 한다. 같은 해 네덜란드 바흐닝언 대학교 연구팀의 교육에 따르면 30분 동안 실외 가드닝을 한 실험 참가자들의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는 결과가 관찰됐다. 코르티솔은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황진하 씨와 문윤주 씨 모두 반려 식물이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진하 씨는 하루하루 자라는 반려 식물들을 돌보고 관찰하며 배우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정말 정적이고 느릿한 친구들이지만, 이 아이들도 생명이고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맥이 없어 보여 물을 주면 다음 아침에 고개를 바짝 들고 기분이 좋아 보이듯 서 있고,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해도 어느새 잎을 틔우고 있더라. 정말 신기한 건 너무 과한 사랑을 줘도 시들해지더라. 식물을 키워가며 삶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