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보 떡’ 문화가 공무원 내 갑질로 인식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원 사이 문화인 시보 떡이 밖으로 알려진 건 지난달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보 떡을 둘러싼 공무원들의 고민이 섞인 게시글이 올라오면서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내 여자 동기는 시보 떡 때문에 운 적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여자 동기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백설기만 돌렸는데 옆 팀 팀장이 받자마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마지못해 고맙다고 해놓고 나중에 걔 안 보는 사이에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면서 “걔가 막내라서 사무실 쓰레기통 비우다가 그걸 보고 그날 밤새 울었다”고 했다.
이 글을 시작으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번에 6개월 근무하고 시보 떼는 신입인데 떡만 하면 되나요?’, ‘전 여름에 시보 뗐는데 직원들이 더운데 떡 싫다고 해서 피자·치킨 샀습니다’ 등 공무원들의 시보 떡에 대한 고민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있다.
‘시보’란 공무원 임용 후보자가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 그 적격성을 판정받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거치게 되는 시험 기간 중의 공무원 신분을 말한다. 공무원 임용 후보자들은 보통 6개월~1년의 시보 기간을 거친 뒤 정식 공무원으로 임명되는데, 시보 해제를 앞두고 공무원 임용 후보자들이 함께 일했던 선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돌리는 게 바로 ‘시보 떡’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시보 떡’ 문화에 대해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시보 떡 관행에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이라고 지적한 데 따른 답변이다.
이영 의원은 “떡도 돌리지만 최근에는 피자와 마카롱 등을 돌리거나 식사 대접도 해야 된다”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들어갔더니 시보떡 관행에 대해 ‘악습이다’, ‘9급 월급 뻔히 알면서 정말 공무원하기 피곤하다’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시보 떡 문화 근절’을 외친 지자체도 나왔다.
서울 종로구는 18일 그동안 시보 떡이라는 명목으로 신입 공무원에게 부담이 돼왔던 관습을 지양하고, 구청장이 신규 공무원을 격려하는 방식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종로구는 올해부터 신입 공무원에게 구청장이 보내는 격려 메시지와 도서, 배치 받은 부서의 선배 직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다과를 지급하고 있다.
이영 의원의 말처럼 우리에게 미풍이었던 문화도 세대가 변화하면 고통이 될 수 있다. 예전엔 미담이었지만, 이젠 꼰대들을 위한 악습의 대명사가 된 시보 떡 문화를 개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