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암 투병…“미국 국민 힘 보여주려 황소상 만들었다”
미국 뉴욕 월가의 상징 ‘돌진하는 황소상’을 제작한 이탈리아 조각가 아르투로 디 모디카가 암 투병 중 사망했다. 향년 80세.
20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디 모디카는 전날 저녁 고향 시칠리아에서 사망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암 투병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989년 월가의 랜드마크인 돌진하는 황소상을 제작해 설치한 조각가다. 그는 1987년 10월 주식 대폭락의 시발점인 ‘블랙 먼데이’ 사태에 영감을 받아 청동 황소상을 제작했다. 디 모디카는 “미국 국민의 힘을 상징하기 위해 황소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제작비 35만 달러(약 3억8727만 원)는 전액 자비로 충당했다.
돌진하는 황소상은 원래 뉴욕시 당국의 허가 없이 야밤에 기습적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설치됐다. 경찰이 불법 조형물이라며 황소상을 철거하자 사람들의 원성과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시 당국이 설치 허가를 내줬다. 황소상은 거래소 인근 볼링그린파크에 설치됐다. 황소상은 뉴욕에서 자유의 여신상 다음으로 방문객이 많은 핫스팟이다.
디 모디카는 뉴욕시가 2019년 12월 방문객의 안전을 이유로 황소상을 다시 거래소 앞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완강하게 반대했다. 2017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겁 없는 소녀가 황소상 앞에 설치되자 “평화와 힘, 자유를 상징하는 황소상의 의미가 소녀상 때문에 부정적인 위협으로 변질됐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디 모디카는 19세에 고향을 떠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미술을 공부했으며 40년 넘게 뉴욕에서 생활했다. 그는 꾸준히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는데, 최근에는 시칠리아의 고향 마을에 세울 쌍둥이 말 조각상을 작업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