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버 수요 증가에 미국 매출 4.5조 원 증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미국 매출이 4조 원 이상 증가하며 중국을 제치고 지역별 매출 1위에 올랐다. 작년 하반기부터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주요 IT기업들이 자리 잡은 미국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4일 SK하이닉스가 공시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지역 매출은 12조6900억 원으로 전년 8조1400억 원보다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1년 만에 4조5400억 원이 늘었다.
반면, 중국 지역 매출은 지난해 12조22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8% 소폭 감소했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지역의 매출 순위는 중국·대만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2조4200억 원(전년 대비 5% 증가), 대만 1조9100억 원(32%), 국내 1조4500억 원(0.3%), 유럽 1조2200억 원(12.5%) 순이었다.
2019년 지역별 매출 비중은 중국이 46.6%로 미국(30.2%)을 크게 앞섰으나, 지난해에는 미국 비중이 39.8%로 중국(38.3%)을 추월했다. 미국 매출이 중국을 앞선 것은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아시아(중국·대만 제외) 7.6%, 대만 6%, 국내 4.6%, 유럽 3.8%의 매출 비중을 나타냈다.
미국과 중국은 SK하이닉스 전체 매출 가운데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국내, 대만, 아시아, 유럽 등 지역의 매출 비중은 각각 10%를 밑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매출 증가는 글로벌 IT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서버용 반도체 수요 증가 덕분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IT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370억 달러로 역대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 투자를 미뤘던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3대 클라우드 기업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렸다. 이들 3개 기업이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서버향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서버 D램 가격이 10~1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연간으로는 서버 D램 가격이 지난해보다 최대 4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고객사들의 서버 D램 재고도 작년 4분기 대비 감소한 4~5주 사이클을 기록하고 있다. 성수기에 진입하는 2분기부터 서버 D램 수요 증가로 가격 상승은 가팔라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월에 연간 실적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신규 데이터센터 투자로 서버향 제품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나 공급 측면은 업계의 공급량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수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동시에 전략 제품 매출 비중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D램은 고성능 컴퓨팅, 인공지능(AI) 시스템 시장의 성장에 따라 고부가 제품 출하 비중을 늘리고, 낸드플래시는 128단 서버향 SSD 고객 인증을 추진하는 등 제품 다각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블룸버그는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산업 지배력이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칩 부족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공장 가동까지 중단하면서 한국과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세계 경제의 의존 현상이 조명받고 있다고 전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작년 9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생산역량에서 대만과 한국의 비중은 각각 21.7%와 20.9%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3분의 2를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