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서울 빌라 낙찰가율 93%…2016년 이후 최고
빌라 매매량은 급감…하반기 흐름 반전 전망
정부의 2·4 공급 대책 발표한 이후 서울 빌라(다세대·연립주택) 경매시장과 매매시장이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빌라 경매시장은 대책 발표 이전보다 달아오르고 있지만 매매시장은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 내 빌라 저가 매수를 노린 투자 수요와 무주택자 실수요 유입으로 경매 거래는 늘었지만, 동시에 현금청산 등 대책 부작용 우려로 전체 빌라 매매시장은 위축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9일 부동산 경매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평균 낙찰가율은 92.55%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7월 기록한 93.2%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낙찰가율은 경매 물건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 비율을 뜻한다. 낙찰가율이 높을수록 해당 물건에 대한 경매시장의 평가가 높다는 의미다.
지난달 서울 빌라 경매시장은 한껏 달아올랐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7계에서는 서울 중구 신당동 한 빌라 경매에 부쳐졌다. 이 물건 최종 낙찰가는 2억6012만 원으로 감정가 2억1300만 원보다 3000만 원가량 비쌌다. 낙찰가율은 122%에 달했다. 같은 달 15일에 경매 진행된 강동구 천호동 강변빌라 401호의 최종 낙찰가는 감정가 3억700만 원 대비 약 5600만 원 높은 3억6299만 원으로 결정됐다. 낙찰가율은 118%였다.
지난달 서울 빌라 평균 낙찰가율은 전월(1월)보다 8%포인트(P) 이상 급등했다. 지난 1월 낙찰가율은 84.7% 수준이었고 지난해 역시 서울 빌라 낙찰가율은 평균 80%대 중반을 기록했다. 또 낙찰가율뿐만 아니라 빌라 경매 물건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1월 3.87명에서 지난달 4.54명으로 늘었다. 평균 응찰자 수가 4명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5월 4.53명 이후 9개월 만이다.
매각 건수 역시 1월 45건에서 2월 108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같은 기간 43.7%에서 50%로 올랐다.
빌라 매매시장은 '꽁꽁'…현금청산 우려에 거래 급감
경매시장으로 ‘저가매수ㆍ실수요’ 몰려
반면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빌라 거래 건수는 3230건으로 지난 1월 거래된 5854건의 절반(55%)에 그쳤다.
앞서 정부는 2·4대책에서 구체적인 사업 위치는 밝히지 않고 대책 발표일 이후 사업지역 주택 매입자에게 입주권 미부여와 현금청산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특히 빌라 밀집지역은 2·4대책 핵심 정책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이 때문에 현금청산 우려 등으로 빌라 매수 수요가 뚝 끊긴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빌라 경매·매매시장 간 온도차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아파트만 고려하던 실수요자 중 일부가 빌라 수요로 이어진 것 같다”며 “특히 매매가 아닌 경매시장으로 몰린 이유는 감정평가 등을 통한 정확한 빌라 가치평가가 가능하고 보다 저렴하게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 빌라 매매시장은 2·4대책 영향으로 빙하기를 맞고 있지만 경매시장 참여자는 오히려 과감하게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며 “현금청산이 진행돼도 경매로 사들인 만큼 적어도 손해는 아니라는 계산이 작용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