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 소속 직원이 특허비용을 편취, 약 67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기계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기계연 소속 직원 2명은 지난 2014년 6월부터 2020년 7월까지 6년 동안 200여 차례에 걸쳐 특허비용을 부당하게 편취해 약 67억 원을 횡령했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지난 2일 횡령 사건과 관련하여 기계연 측 관계자와의 면담 및 제출된 자료를 분석했다. 당시 기술사업화실 실장과 실무자가 특허사무소와 결탁해 계획적으로 횡령해온 사실이 지난해 말 내부제보를 통해 밝혀졌다. 지난달 4일 담당 직원 2명과 특허사무소를 검찰에 고소하고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기계연에 따르면, 특허 담당 직원 2명 중 1명이 특허비용 관련 최종 결재권자인 실장으로 재임하면서 자신의 직위를 악용하여 중간결재자들이 출장이나 휴가로 부재중인 점을 틈타 대리 결재하는 방식으로 거금을 횡령해왔다.
횡령에 쓰인 수법은 △이미 처리한 특허 비용을 재차 청구하는 방법 △다른 특허사무소가 처리한 특허를 문제의 특허사무소가 처리한 것처럼 청구하는 방법 △이해 외의 다른 회사 특허를 마치 기계연의 특허처럼 꾸며 청구하는 방법 등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정숙 의원은 “횡령금액이 커지고 수차례에 걸쳐 횡령이 발생하는 등 문제를 키워온 원인은 특허비용의 경우 감사부서를 거치지 않아 일상 감사에서 제외된다는 관리소홀의 허점, 특허담당자들이 7년 이상 함께 근무하는 동안 인사이동이 없었다는 점, 2014년부터 문제의 특허사무소와 줄곧 거래해오면서 유착관계가 형성되었다는 점”을 꼽았다.
출연연구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특허 관련 특별 관리나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기계연 직원 거액 횡령 사건이 발생하고 검찰에 고소가 이루어진 뒤에야 소관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전반에 관한 실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정숙 의원은 “특허를 관리하는 담당 부서의 결재 프로세스도 문제이지만, 정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관리 감독이 허술했던 점이 더 큰 문제”라며 “사후약방문식이지만 이제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련 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철저한 사실 파악과 개선, 강력한 재발 방지 후속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