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정부 시정요구 유지’ ILO협약 위배”-使 “결격사유 노조 난립 우려”
고용노동부가 최근 단체협약 체결 등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법외노조 통보(노조 아님 통보)' 근거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이를 두고 노사 모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노동계는 법외노조 통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여전히 결격사유가 있는 노조에 대한 행정관청의 시정요구를 남겨두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법외노조 통보 조항 삭제 시 결격사유가 있는 노조들이 난립하고,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고용부로부터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받은 노조가 결격 사유의 발생으로 고용부의 시정 요구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외노조 통보를 받을 수 있다는 시행령 제9조 2항의 관련 문구를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외노조 통보를 받으면 단체협약 체결, 쟁의 조정 신청,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등 노조법상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고용부가 법외노조 통보 관련 문구를 삭제하는 이유는 작년 9월 대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 법규가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에 맞지 않아 무효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법률유보 원칙은 행정권이 법률에 근거를 두고 행사돼야 한다는 원칙을 가리킨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했다. 앞서 고용부는 2013년 10월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었다.
다만 개정안은 결격 사유가 발생한 노조에 대해 고용부가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유지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과거 사후 결격사유가 있었던 대부분의 노조가 법외노조 통보까지 이어지지 않고, 정부의 행정지도를 통해 개선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해 해당 문구를 유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측은 "시정요구 규정을 남겨 놓은 것은 정부가 계속해서 노조의 자유로운 관리 및 활동에 개입ㆍ간섭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ILO 협약에 의하면 노조는 완전히 자유롭게 관리 및 활동을 조직할 권리가 있고, 국가기관이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할 수 없다.
경영계도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사후적으로 결격사유가 발생한 노조의 권한을 막는 규정이 삭제되면 향후 노조의 자격이나 적법성을 둘러싸고 산업현장의 노사 간 혼란과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외노조 통보를 대신해 문제가 있는 노조를 제재할 수단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실제 개정안에는 고용부의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노조를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담기진 않았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대안적 조치 등은 시행령으로 규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 등을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