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장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LH 임원추천위원회에 LH 사장 후보자에 대한 재추천을 요구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LH 신임 사장 공모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이뤄졌다. 내·외부 위원 9명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는 신임 사장 후보자 3명을 확정했으나, 국토부는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와 관련해 엄중하게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적격자가 없다는 판단에 재추천 절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애초 신임 사장으로는 김세용 서울토지주택공사(SH)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고려대 건축공학과 학사, 서울대 환경대학원·미국 컬럼비아대 석사, 고려대 건축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사장은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등을 지냈다.
2018년 3월부터 SH 사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주택 공급, 공공재개발·재건축, 지분적립형 주택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김 사장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 라인으로 분류되면서 변 장관과 함께 정부의 수도권 내 주택 공급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LH 사태 이후 김 사장이 다주택자인 사실이 부각되면서 이번 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적격자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오면서 결국 사장 재추천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LH의 조직 개편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서 신임 사장 추천 일정도 올스톱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달 말 LH 조직 개편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분리 △공공주택 건설, 공공임대 관리, 산업단지 조성 등 업무 분리 등의 개편안이 언급되고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개편 계획이 나오지 않다 보니 LH의 각종 사업 계획도 발목이 잡힌 상태다.
LH 관계자는 "정부에서 LH 개편안에 대한 발표를 늦추다 보니 신임 사장 공모나 상반기 신입사원 모집 등 일정이 모두 밀린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6월께가 돼야 신임 사장 취임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LH 사장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LH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심의, 국토부 임명제청, 대통령 재가를 거쳐 임명된다. 보통 이렇게 사장 추천부터 취임까지 걸리는 기간만 두 달가량이다.
이 때문에 3월 말 LH 조직 개편이 발표되면 4월 초가 돼야 신임 사장 공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르면 5월 말, 늦으면 6월 초 사장이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LH 신임 사장 자리를 두고 재추천이 이뤄지면서 그만큼 더 절차도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게다가 신임 사장은 당장 LH 사태를 이른 시일 내 수습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김 사장이 다주택자인 점을 지적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신임 사장은 다주택자도 아니어야 하고, 조직을 단번에 휘어잡을 수 있는 강단이 있어야 하며 전문 지식도 필요하다.
이런 점 때문에 오히려 김 사장이 다시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된다. 문제로 지적된 '다주택자'라는 점도 SH에서 해명에 나섰다. SH는 "김세용 사장은 일시적으로 2주택자였던 시기가 있었지만 공공기관장으로서 다주택 보유에 대해 항상 부담을 갖고 보유하던 주택을 처분하려 노력했다"며 "현재 1주택자"라고 밝혔다.
다수의 땅 보유 논란에 대해서도 SH 사장 취임 후 매입한 건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상속분을 제외하고 새로운 부동산을 취득한 적이 없으며, 보유 토지를 매각만 했다는 주장이다.
LH 신임 사장 후보로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도 거론된다. 김 의원은 다음 달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섰으나 후보 등록일을 앞두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물러났다.
결국, 모든 여건에서 홀가분해진 김 의원이 LH 사장에 취임하면 전문성을 살려 사태 수습과 함께 조직을 봉합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도시전문가로 이름난 김 의원은 서울대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학사,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대학원 건축학 석사,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대학원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에는 대통령자문 건설기술 건축문화선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18대 국회에서는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의원 역시 다주택자라는 사실이다. LH 사태 이후 다주택자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김 의원을 사장으로 임명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