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든 요즘 ‘역대 최대 창업’이라는 낮선 문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대부분은 제2벤처 붐 속에서 혁신과 기술로 미래를 바꾸는 젊은이들을 떠올리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창업기업(148만4667개) 중 부동산업이 43만 7853개(29.5%)에 달한다. 이마저도 연령층은 대부분 50~60대다. 도·소매와 숙박·음식점도 55만 6603개(37.49%)에 달한다. 카카오와 네이버와 같은 기술창업은 22만 8949개(15.4%)에 불과하다.
매년 폐업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지난해에만 23만 985개가 문을 닫았다. 판매업(8만 3239개, 36.03%)과 음식점(7만 5645개, 32.74%)으로 최대 창업을 이끈 업종들이 최대 폐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역대 최대 창업’이라는 성과에 가려져 있지만 노동시장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생계를 위해 뛰어든 창업이 늘면서 내실은 더욱 악화됐다.
일원화된 지원 방향도 우려할 점이다. 포스트 코로나로 세계적으로 다양한 신산업을 비롯해 창의적인 근무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비대면’과 ‘온라인’에 치우쳐져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디지털 전환, 온라인 서비스 지원 예산이 늘면서 일각에서는 “사업계획서에 ‘비대면’을 넣으면 정부 지원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는 농담도 나온다. 신규 기술 창업도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발, 컴퓨터프로그래밍 등 정보통신업(3만 6760개)에 쏠려있다.
식당과 점포를 찾는 수많은 창업자를 외면하고 비대면 창업 지원에 역대급 예산을 배정한들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 정책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일자리 문제는 근원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적절한 진단과 대책으로 사회에 피가 통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