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광고 없는 넷플릭스 등에 활로 모색
애플과 펩시 등도 드라마·영화로 호평
이에 글로벌 브랜드의 광고주들이 30초 짧은 광고를 더는 보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법으로 할리우드 수준의 최고급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소개했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 1위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다. 나이키는 미 프로농구(NBA) 스타 크리스 폴과 손잡고 ‘스포츠가 멈춘날(The Day Sports Stood Still)’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 24일 영상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제작에서 배급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 대작에 맞먹을 정도로 참여사들이 쟁쟁하다. 나이키는 유명 할리우드 영화 프로듀서 브라이언 그레이저가 이끄는 이매진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다. 영상 배급은 HBO방송과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맥스가 담당한다.
TV가 주요 미디어 창구였던 시절 광고주들에게 TV 광고는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주된 통로였지만 스트리밍 시대로 진입하면서 기존 마케팅 수단으로는 소비자와 접점을 찾기 어려워졌다. 리서치업체 WAR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광고주들이 TV 방송에 지출한 광고비용은 전년 대비 10% 줄어든 반면 온라인 동영상 광고 지출액은 12% 증가했다. 온라인 동영상 광고 지출액의 대부분은 유튜브와 훌루, 피콕(Peacock)과 같은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에 편중됐다. 하지만 최근 대세로 자리 잡은 넷플릭스는 광고가 없다. 마케터로서는 ‘난공불락’인 셈이다.
이매진엔터테인먼트의 저스틴 윌크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광고주들이 소비자와 연결될 기회를 점점 줄이고 있다”면서 “이에 최후의 수단으로 광고주들이 직접 장편의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것이다. 이는 결국 광고 초기 시절로 되돌아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기업들이 브랜드를 간접 노출하는 장편의 콘텐츠를 직간접적으로 제작하는 것은 수십 년 전에 유행했다. 1954~1962년 동안 방송된 ‘제너럴일렉트릭극장’이라는 TV 쇼는 제목이 가리키는 대로 제너럴일렉트릭(GE)의 후원으로 만들어졌으며 당시 배우였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진행을 맡았다.
이후 15~30초 단편 광고가 대세를 이뤘던 시대를 지나 최근 다시 브랜드가 제작에 나서는 콘텐츠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2014년 댐에 관한 장편 다큐멘터리 댐 네이션(Dam Nation)을 제작했다. 펩시는 2018년 자사 광고로 유명해진 ‘엉클 드류’를 영화화해 큰 인기를 끌었다. 노인이 길거리 농구 코트에서 젊은이들을 제압하는 내용의 이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해 4200만 달러 수입을 올렸다. 이밖에 2019년 에어비앤비도 장편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다. 애플은 ‘테드 라소’라는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생활용품 제조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은 이매진이 제작하는 영화 ‘화성2080(가제)’에 후원한다.
NYT는 광고주들이 스트리밍 시대에 소비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들 만들어 그들에게 거슬리지 않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IT 리서치 업체 포레스터의 디판잔 차터지 애널리스트는 ”좋은 이야기가 좋은 요소를 담고 있어 공유할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더는 눈에 거슬리는 광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서 ”심지어 그것은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처럼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