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과 같이 사고원전 노심 냉각 후 버려지는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할 수 있는 동위원소 분리기술에 대한 실마리가 나왔다. 방사성 삼중수소 분리 및 추출 기술은 다양하게 개발됐으나 낮은 경제성으로 후쿠시마 오염수와 같은 대량의 오염수처리에는 활용되기 어려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현철 교수(경상국립대), 박지태 박사(FRM-II, 뮌헨공대) 공동연구팀이 유연한 다공성 소재에서 나타나는 수소 동위원소의 확산속도 차이가 고온에서 더욱 커지는 현상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그간 같은 원소지만(원자번호가 같은) 중성자가 더 많아 무거운 동위원소가 다공성 물질 안의 좁은 공간을 가벼운 동위원소보다 더 빠르게 확산하는 성질을 이용해 마치 체로 거르듯(sieving) 동위원소들을 서로 분리하려는 연구가 이뤄졌다.
다만 영하 254℃에 이르는 극저온에서만 이러한 확산속도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나기에 고가의 액체헬륨을 사용해야 했다. 또 기존 단단한 구조의 다공성 소재는 액체질소 온도에서는 수소와 중수소의 확산속도 차이가 없어 분리가 거의 불가능했다.
연구팀이 제안한 유연한 구조의 다공성 소재에서는 액체헬륨보다 60℃가량 높은 액체질소 온도(영하 196℃)에서 수소와 중수소의 확산속도 차이가 3배 이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은 금속과 유기물로 된 다공성 소재의 구조적 유연성과 동위원소에 대한 선택적 반응에 있었다.
수소와 중수소가 기공 안으로 들어가면 구조가 1차 확장되고, 이후 중수소에 의해서만 유연구조가 선택적으로 반응해 추가(2차) 확장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때 여분의 공간이 중수소에만 확보되어 이동속도가 더 빨라지게 된다. 이 같은 유연 소재 내 확산속도 차이는 수소 동위원소 기체의 흡수량이 많아질수록, 온도가 높아질수록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현철 교수는“후쿠시마 원전에 사용된 냉각수에는 방사성 삼중수소(반감기 12.4년)가 포함돼 있으나 오염수 내 삼중수소 처리기술은 경제성이 낮아 일본은 오염수를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보다 실용적인 수소동위원소 분리기술이 개발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는 높은 농도의 중수소 기체 분리 가능성을 검증한 것으로써 후쿠시마 오염수와 같은 낮은 농도의 삼중수소 액체 분리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한편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사업, 원자력기초연구지원사업 및 해외대형연구시설활용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신소재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표지논문으로 선정되며 한국시간 기준 7일 우선 게재(온라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