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국 대립이 경제 분야로 번지는 것 꺼려
미국, 정면대결 주저 일본에 못 마땅한 기색
회담 전 라쿠텐-중국 텐센트 관계 해명도
현재 바이든 정권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출범한 지 3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소수민족 인권 탄압 혐의로 중국 정부 관계자들에 제재를 가했다. 일본과 인도, 호주 등 쿼드(QUAD) 협의체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법도 논의하고 있다. 일본 역시 중국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분쟁 중인 만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며 동맹국들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 이러한 대립이 경제 영역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달 초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위구르와 관련한 설전을 주고받았지만, 이후 “우리의 통화는 적어도 알래스카 상황과는 달랐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미국과 중국 고위급 관계자들이 알래스카에서 강도 높은 회담을 가진 것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최근에는 일본 정치가와 기업들까지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결전에 자국이 참여하는 것을 불안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와세다대의 아오야마 루미 교수는 “일본은 중국에 대한 안보 불신이 경제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도 일본의 이 같은 모습을 못마땅하게 보는 상황이다. 특히 희토류 등 전략물자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지배적 위치에 맞선다는 경제 분야 의제는 미·일 대화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17년부터 3년간 일본 대사를 지낸 빌 해거티 상원 의원은 “일본은 반도체 장비 수출을 이유로 중국이 기술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막는 데 충분한 노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SJ는 “중국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을 일본이 주저한다면 이는 바이든 외교정책에 대한 도전”이라고 풀이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최근 스가 총리의 고위 보좌관들은 회담에 앞서 자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과 중국 텐센트 간의 관계에 대해 미국 관계자들에게 브리핑하면서 텐센트가 라쿠텐 기술에 접근하는지를 면밀하게 감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이달 초 텐센트 자회사가 라쿠텐 지분 3.65%를 매입해 6대 주주에 오른 데 따른 것이다. 라쿠텐은 이동통신 사업에까지 뛰어들면서 일본 5세대(5G) 산업의 주요 주자로 부상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통신과 반도체, 희토류 등 주요 공급망 확보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만큼 일본 정부는 라쿠텐에서 비롯된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 미국 눈치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