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한국에서 소매금융을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한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이 보유한 지점의 향방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제2금융권이나 지방금융 지주사 등의 인수 가능성을 점치지만 실제로 매각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지점은 총 36곳으로 소속 임직원은 939명이다. 본격적으로 철수 작업이 진행되면 은행 지점 축소에 따른 소비자 불편 및 임직원의 고용 승계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효율적인 대안은 소매금융 지점을 타 금융사에 매각하는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이 매물로 나오면 지방은행이나 제2금융에서 눈독을 들일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 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이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하지만 실제로 매력적인 매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앞서 한국씨티은행보다 먼저 한국 내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한 HSBC의 사례가 그렇다. HSBC는 2011년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밝혔고 한국 내 11개 지점을 매각하기로 했다. 소매금융이 더는 수익모델로 적절하지 않다는 게 철수를 결정한 이유였는데 이는 한국씨티은행과 같다.
HSBC는 2012년 민영화를 앞두고 수신기반의 강화를 모색하려던 산업은행과 국내지점 11개(서울 7개, 지방 4개)의 매각을 진행했다. 영업 점포망과 양질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산은의 수요와 맞아 떨어졌다. 게다가 산은은 HSBC의 예수금과 상응하는 대출채권을 가져오기에 별도의 인수대금이 없었다.
하지만 HSBC의 지점 매각은 실패로 끝났다. 고용 승계와 관련한 견해 차이가 있었다. 산은도 지점망 확보에 무리한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씨티은행의 지점 매각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은 HSBC보다 몸집이 크고 지점 수도 많다. 또 인수자는 기존 한국씨티은행의 직원을 승계하기 위해 막대한 퇴직급여를 지출해야 한다. 이를 지방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HSBC는 그나마 크기라도 작았지만, 씨티은행은 몸집이 크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지방은행은 물론 시중은행에서도 인수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 뱅킹이 활성화하는 시대인데 지점을 더 확보한다고 해서 서울 내에서 영업 영역이 크게 확대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그 비용으로 디지털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더 경쟁력 있다”고 말했다.
매각에 실패할 경우 한국씨티은행도 HSBC처럼 지점 폐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HSBC는 2012년 지점 매각을 실패한 후 2014년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10개의 지점을 폐쇄했다. 잔여 계좌는 서울 지점 한 곳으로 일임한 뒤 ATM 및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모두 종료했다. 여전히 남은 일부 고객을 위해 고객서비스센터와 콜센터만 운영하고 있다. 이 역시도 서비스를 점차 중단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