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자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아파트 단지들이 흔들리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단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서울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지난해 12월 28곳에서 올해 3월 38곳으로 늘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린 노후 아파트가 급증했다. 서울 강남권과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조합이 잇따라 설립됐으며 사업을 추진 중인 곳도 적지 않다.
리모델링은 아파트의 골조(뼈대)는 유지한 채 평형을 확장하고 아파트 내·외부 등 제반시설을 새 것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준공 15년 이상이면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으며, 사업 기간도 4~6년에 불과하다.
반면 재건축은 노후화된 아파트를 완전히 철거하고 그 땅에 새로운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그만큼 자격 요건도 까다롭다. 준공 30년 이상이어야 추진할 수 있으며 사업 기간도 10년가량 소요된다.
다만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사업성에서 차이가 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 골조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재건축은 새로 아파트를 짓기 때문에 용적률을 높여 확장하는 데 유리하다. 그만큼 사업성 면에서도 재건축이 더 뛰어나다.
개인 분담금 등 수익성도 떨어져
일부 주민들 "사업 선회" 목소리
이 때문에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도 고민이 깊어졌다. 규제가 완화돼 재건축만 가능하다면 더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의 선회 관련 글들이 최근 들어 부쩍 많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리모델링 단지 조합원 A 씨는 "재건축 규제 완화 분위기 속에 리모델링을 강행하는 게 맞나 싶다"며 "많은 조합원들이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 사업 선회 건의를 하려 한다. 상황을 살피며 서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리모델링은 동 배치를 다시 할 수 없어 동 간 거리나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하주차장을 새로 만들 경우 추가 분담금이 나오고 안정상 위험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재건축 시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고민이 깊어진 것 같다"며 "노후 단지 입장에서 그만큼 선택지가 다양해진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