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와 18억 회분 공급 계약 체결 직후 해당 사실 공개
유럽연합(EU)이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계약이 다음 달 종료되지만, 추가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9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치벨레(DW)가 보도했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프랑스 라디오 방송 앵테르에 출연해 “EU 집행위는 AZ와 6월 이후 공급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브르통 위원은 “AZ는 좋은 백신이고 그들과의 거래를 완전히 문 닫은 건 아니다”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지켜보라”고 했다.
브르통 위원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EU가 AZ를 상대로 소송 절차를 시작한 가운데 전날 화이자와 18억 회분 백신 공급계약을 체결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브르통 위원이 AZ 백신 추가 공급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AZ 백신이 필요 없게 됐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EU는 화이자와 2022~2023년에 사용할 백신 18억 회분의 도입 계약을 최종 승인하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에 확보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6억 회분에 ‘부스터샷(추가 접종)’ 등을 위해 추가되는 물량이다. 이와 관련해 브르통 위원은 “화이자와의 추가 계약은 이전 계약보다 단가가 더 높아 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약간의 추가 비용이 있을 수 있지만 관할당국이 이를 공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DW는 이날 브르통의 발언은 유럽의약품청(EMA)이 AZ 백신 접종 후 희귀 신경 퇴행성 장애에 대한 보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나왔다고 지적했다. AZ 백신은 부작용이 다수 보고되면서 EU 회원국별로 백신의 접종을 아예 중단하거나 고령층에 한해 접종하는 중이다.
한편 EU 집행위는 지난달 23일 27개 회원국 명의로 백신 공급에 대대적으로 차질을 빚은 AZ와 소송 절차를 개시했다. EU 집행위는 당초 AZ에 3억 회분을 주문했지만, AZ는 1분기에 약속한 1억2000만 회분 대신 3000만 회분만 공급했고, 2분기에는 당초 약속된 물량은 1억8000만 회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7000만 회분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