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400km) 자동차로 3번 가는 양
테슬라, 환경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 허용 중단"
지속가능 '그린 코인' 등장했지만 영향 미미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환경오염을 이유로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허용을 돌연 중단하기로 발표했다. 머스크는 1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결제 허용 중단 사실을 알리며 "우리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화석 연료 사용이 급격하게 사용되는 걸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테슬라는 15억 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한 데다, 비트코인으로 전기차 구매를 허용하며 가상 화폐 가격을 띄웠는데 3개월 만에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의 발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고, 분노한 투자자들은 머스크를 향해 "시세 조종이다", "거짓말쟁이다"라는 비판이 쏟아내고 있다.
테슬라의 결제 허용 중단은 무책임한 변덕으로 보이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빌 게이츠는 3월 9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인류에게 알려진 다른 어떤 화폐보다 거래 당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며 이는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데이터 과학자 알렉스 드 브리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거래할 때마다 평균 300kg의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비트코인은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그 내역을 공공 장부에 기록하는데, 그 과정에서 막대한 전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한다.
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400km) 이동하는데 이산화탄소 96.5kg이 발생하는데, 결국 비트코인을 한 번 거래할 때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로 3번 이동하는 셈이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초 내놓은 '비트코인의 더러운 작은 비밀들'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유발하는 한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그리스 전체 배출량 수준인 6000만t(톤)에 달하며 세계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 항공보다 많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채굴 역시 많은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한다. 가상 화폐 채굴 공장은 수천~수만 대 컴퓨터를 24시간 내내 가동하며, 컴퓨터가 뿜어내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냉방 설비를 갖추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매년 110TWh(테라와트시) 정도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0.55%에 해당하는 양으로, 스웨덴이나 말레이시아의 한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국가로 치면 전 세계 27위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주로 전기 요금이 싼 중국이나 저개발 국가에서 채굴되고 있는데, 이는 비트코인이 내뿜는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 양과 연결돼 있다. 전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72%가 중국에서 이뤄지는데, 중국은 대부분의 전기를 석탄 발전소에서 생산한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만 사용해서 채굴한다는 '지속 가능한 가상화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직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로만 채굴한다는 '솔라코인'(SLR), 비트코인의 환경파괴에 대한 반향으로 등장한 '비트그린'(BITG)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직 생산량 자체가 작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적다.
솔라코인은 발행까지 태양광으로만 만들어진 전기로만 생산했다는 증명 서류를 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시간당 1개씩만 생산된다. 에너지 사용량이 적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는 비트그린은 4월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가상화폐는 좋은 아이디어이고 우리는 그것이 미래를 약속해준다고 믿지만, 환경에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필요한 에너지의 1% 이하를 사용하는 다른 가상 화폐를 대안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 화폐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