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점포 정리 중단...리뉴얼 통해 경쟁력 확보할 것"…"이마트 오프라인 선전 나비효과" 분석도
롯데마트가 폐점을 통한 구조조정 계획을 '백지화'했다. 외형을 줄일 수밖에 없는 폐점보다는 기존 점포 리뉴얼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경쟁사인 이마트의 선전이 롯데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강희태 부회장(유통BU장)의 판단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구리점 이후로 폐점 계획이 없다. 17일 롯데쇼핑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나 마트는 올해 폐점보다는 리뉴얼을 통해 경쟁력 확보할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폐점이 결정된 점포는 없다"고 설명했다.
'폐점 중단'은 롯데쇼핑의 구조조정 계획에 변화가 생겼단 뜻으로 풀이된다.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롯데쇼핑은 지난해부터 백화점과 마트, 슈퍼 등 부실한 사업장을 줄여오는 방식으로 '군살 빼기'를 진행해왔다. 당초 전국 700여 개 점포 중 약 30%인 200여 개 점포를 5년여 내에 정리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 지난해엔 목표치에 절반을 상회하는 120여 개 매장을 닫으며 구조조정 시계는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갔다. 특히 롯데마트는 지난해 12개 매장을 닫았고, 올해도 10개 수준의 매장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올들어 갑작스러운 구조조정 기조 변화에 강 부회장이 마트 사업 반등을 위한 필승 카드로 '기존점 강화'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 부회장은 3월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가까운 시기에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며 "스마트 스토어 등 전국 점포 거점에 온라인 물류경쟁력을 확보하고 핵심 부문인 그로서리(식재료) 상품군 강화, 점포 공간 재편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폐점 효과가 미미한 점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마트 사업(할인점)은 1분기 전년 대비 7.7% 줄어든 1조1660억 원의 매출과 93.4% 줄어든 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롭스 사업부 흡수 통합으로 일회성 손실(영업손실 69억 원)이 반영됐으나, 이를 제외해도 영업이익은 95억 원이다. 이는 전년 영업이익(218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쟁자인 이마트의 선전이 롯데마트 구조조정 방향 전환에 촉매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서 이마트는 '오프라인 경쟁력 확보'를 기치로 내걸고 매장 강화에 주력했다.
이마트는 1분기 별도 기준 총매출액 4조1972억 원, 영업이익 113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0.8%, 32.2% 증가한 수치다.
할인점과 트레이더스 기존점의 약진이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할인점 매출은 전년비 8% 증가한 3조 19억 원, 영업이익은 6.9% 증가한 912억 원을 기록했다. 트레이더스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해 8387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37.9% 늘어 240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SSG닷컴과 이마트24 등 연결 자회사의 실적 개선까지 더해지며 이마트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232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이 1000억 원을 돌파한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까지 기존점의 힘을 실감한 이마트는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월계점, 신도림점 등 9곳의 점포 리뉴얼에 이어 올해 별내점을 시작으로 총 15개 점 이상을 리뉴얼 오픈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리뉴얼 핵심 키워드는 '고객 관점에서의 재탄생'이다. 기존 점포의 혁신과 공간 재구성으로 고객 지향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고객이 방문하고 싶은 매장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점포 리뉴얼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리뉴얼을 진행한 9곳 점포의 올해 1~4월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특히 춘천점은 68.4%, 칠성점은 42.5%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