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탄소배출권시장 참여…’그린워싱’ 우려의 목소리도
한국거래소가 탄소배출권시장에서 증권사의 자기 고유재산을 운용(자기매매)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기존에 기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탄소배출권시장에 증권사로 참여폭을 확장하겠다는 목적이다. 탄소배출권시장이란 기업이 이산화탄소, 질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일각에선 최근들어 급증한 ESG투자 바람으로 투자자가 자칫 왜곡된 ESG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의 탄소배출권시장 참여로 건전하고 폭넓은 ESG투자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는 17일 배출권시장에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SK증권에 시장조성자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친환경 기업투자 등을 목적으로 11일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10일 환경부가 주관한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조성자 모집에서 운용 전문성과 탄소배출권 시장 구조에 대해 높은 이해도 점수를 받은 것으로 얼려졌다. SK증권은 앞선 3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발급하는 탄소배출권을 획득했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시장에서 시장조성 노하우를 축적한 증권사의 참여로 배출권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되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증권사의 시장조성자 참여를 계기로 배출권 시장에 합리적인 탄소가격이 형성되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배출권시장은 실수요 목적의 기업체만 참가할 수 있었다.
시장조성자는 배출권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 및 매수의 양방향 호가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매수·매도가격의 차이가 500원 이하인 양방향 호가를 매일 30분 이상 제출하고, 3000톤 이상의 누적 호가수량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들어 ESG투자가 확대되는 만큼, 그린워싱(Green Washing)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린워싱이란 기업, 상품 등이 실제 환경에 미치는 유의한 영향 또는 전략 실행 수준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의도적, 비의도적인 명칭을 부여하고 홍보해 해당 기업이 친환경 기업 또는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게 하는 리스크를 말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유엔(UN) 책임투자 원칙(PRI) 서명 기관은 2010년까지만 해도 500곳을 웃돌았지만, 지난해 기준 3000곳을 넘었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ESG투자에 대한 관심과 투자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이와 관련된 투자자 리스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평가의 불투명성과 투자 기준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ESG 워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녹색산업 분류 체계 등 ESG와 관련된 공적인 정의·분류 또한 신중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급증한 수요에 따른 투자자 혼란이나 손실을 막기 위해 금융투자업자가 어떻게 ESG를 반영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감독 당국도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탄소배출권시장 참여를 통해 보다 투명하고 다양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공개를 통해 기업과 투자자간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다양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 되면, 정보 이용자가 이를 검증하고 자연스럽게 그린워싱 문제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