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한 다음 날 음주 상태로 출근하던 중 본인의 과실로 사고를 당했더라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사망한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리조트에서 조리사로 근무하던 A 씨는 주방장의 제안으로 협력 업체 직원 등과 함께 지난해 6월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A 씨는 다음 날 오전 5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 출근하던 중 신호등과 가로수 등을 들이받았고, 맥박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혈액 감정 결과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7%였다. 근로복지공단은 같은 해 8월 ‘고인은 출근 중 사망했으나 음주 및 과속운전에 따른 범죄행위로 사망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이에 A 씨의 유족은 유족 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과실로 발생했어도 출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고인이 일한 주방에서의 지위와 음주·과속 운전 경위를 고려할 때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이어 “입사 70일째인 고인이 주방장의 모임을 거절하거나 모임의 종료 시각 등을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오전 5시에 상급자 전화를 받고 지각하지 않으려 과속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