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일자리로 금리 방어력 높여야 vs DSR 되레 감소 관리 필요하나 면밀히 살펴봐야
지난해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이 비교 가능한 43개국 중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와 기업을 합한 민간신용갭도 큰 폭으로 늘어 이 또한 세계 일곱 번째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과 주식,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를 위한 소위 빚투(빚내서 투자)에 자금이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반면, 정부부채 증가율은 되레 감소하면서 비교할 수 있는 28개국 중 24위에 그쳤다. 정부가 선별지원을 고집하면서 오히려 허리띠를 졸라멘 결과다.
11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대비 가계부채는 전분기대비 2.7%포인트 증가한 103.8%를 기록했다. 3분기 101.1%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경제규모를 넘어선 이래 상승폭이 가팔라지는 분위기다.
실제 작년 4분기말 자금순환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2051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했다. 가계신용 기준으로는 1726조1000억원에 달했다.
연간기준으로는 8.6%포인트 늘어 증가폭 기준 43개국 중 5위에 올랐다. 노르웨이(+10.7p)가 가장 크게 늘어난 가운데 홍콩(+9.6%p), 캐나다(+9.5%p), 태국(+8.7%p)이 우리보다 앞섰다.
가계와 기업을 합한 민간부채 신용갭은 18.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16.9%p) 보단 1.5%포인트 증가한 것이며, 2019년말(6.7%p)과 견줘서는 11.7%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일본이 28.1%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이어 홍콩(28%p), 프랑스(24.3%p), 싱가포르(22.6%p)가 그 뒤를 이었다. 캐나다(19.9%p)가 한단계 위인 6위를, 태국(16.1%p)이 한단계 아래인 8위를 기록했다.
신용갭이란 명목 GDP대비 가계와 기업부채의 민간신용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보여주는 부채위험 평가지표로, GDP에서 가계와 기업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과거보다 빠르게 늘어날수록 커진다. 통상 신용갭이 2%포인트 미만이면 정상, 2~10%포인트 사이면 주의, 10%포인트를 넘으면 경보 단계로 분류된다.
그는 또 “신용갭의 경우 국가간 부채형태와 금융발달 정도가 다르다. 자산 축적 여부에도 차이가 있고, 자산시장 동향과도 관련돼 있다”며 “주담대외 전세자금 등 대부분 자산시장과 관련돼 있어 부실화 가능성이 월등히 낮다. 연체율도 낮다는 점에서 지금의 수준이 다른나라보다 위험하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다만 갭을 줄여가는게 바람직하긴 하다”고 덧붙였다.
기업규제 완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문제해결의 실마리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민간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대로 놔두면 감당이 안된다”며 “고용창출과 임금 상승 여력을 확보하는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선 기업규제 완화와 신성장 발굴 등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소득층인 1분위 중 적자가구 비중이 60%를 넘고 있다. 향후 미 연준(Fed) 등의 금리인상에 취약한 상황이다. 금리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들 계층의 고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경연은 BIS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통계를 활용해 2016년말부터 작년 3분기까지 최근 5년간 한국 민간부채 추이를 살펴본 결과 GDP대비 가계부채 비중 증가폭이 주요 선진 5개국(G5)의 3배에 육박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되레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4분기 전세값이 오르면서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었다. 반면, 마이크로 데이터를 보면 DSR은 개선되는 흐름이다. 즉, 새로운 차주가 많이 빌렸고, 빌리는 규모도 소득대비 적었다는 의미”라며 “부채비중은 오르니 위험하고, DSR은 개선추세니 괜찮다고 말하긴 어렵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GDP대비 정부부채는 전분기보다 0.9%포인트 줄어든 44.7%에 그쳤다. 이는 28개국 중 증가폭 기준 24위, 비율 기준 22위에 그친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5.5%포인트 늘어 이 또한 23위에 머물렀다. 칠레(5.2%p). 스웨덴(4.9%p), 아일랜드(3.7%p), 룩셈부르크(3.1%p), 스위스(2.4%p)만이 우리보다 적게 늘었다.
일본(237.9%)이 가장 높았고, 그리스(220.7%), 이탈리아(177%), 포르투갈(149.4%), 스페인(139.2%)이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