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평균보다 9.7%포인트 낮아
수익 대부분 무형자산, 법인세 바닥 경쟁 영향
노벨경제학상 로머 “디지털 광고 수익 누진세로 독점 해소 가능”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빅테크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아마존 저격수’를 임명했고, 시대에 뒤처진 기존 반독점법을 손볼 예정이다.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대마불사’에 젖어 있는 IT 공룡 저격 병기로 무엇보다 공격적인 과세가 효과적이라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기술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 혜택을 누려왔다. 퀵팩트셋이 2018~2020년 법인세를 세전 이익으로 나눠 세율을 산출한 결과,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로 불리는 미국 IT 대기업 4개사의 평균 세율은 15.4%로 전 세계 5만7000개 대기업 평균인 25.1%보다 9.7%포인트 낮았다.
미시간대학의 루벤 아비요나 교수는 “GAFA의 세금 부담이 적은 것은 무형자산을 바탕으로 주로 수익을 내기 때문”이라면서 “무형자산은 국경을 넘어 이동시키기 쉽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코드와 특허, 기타 지식재산권 등 주요 자산이 물리적 자산 형태가 아니어서 과세 기반이 약하다는 의미다.
실제 빅테크 기업들은 지식재산권 등의 세율이 낮은 국가에 본사를 둔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의 유럽 본부 거점은 법인세가 12.5%로 낮은 아일랜드에 있다. 전 세계에서 라이선스 비용 형태로 수익을 올리지만 세율이 낮은 국가에만 세금을 납부하며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그 결과 업종 간 세 부담 격차는 더욱 커졌다. 전기, 자동차, 기계, 화학, 에너지 등 5개 업종의 세율 평균은 30.7%로 GAFA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여기에 각국이 기술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낮춘 영향도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율을 보면 미국의 경우 1990년대 2%에서 2019년 1%로 반 토막 났다. 영국과 이탈리아도 3% 아래로 떨어졌고 일본은 6%에서 4%로 하락했다.
실리콘밸리에 각을 세운 바이든 행정부 등장으로 법인세 ‘바닥’ 경쟁에 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도 세금이 IT 공룡들의 독점 폐해를 해소하고 경쟁과 혁신을 장려하는 데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디지털 광고 수익에 대한 누진세를 제안했다. 로머 교수는 “디지털 광고세를 신설해 빅테크들이 플랫폼 지위를 활용해 얻은 고객 데이터로 광고수익을 내는 데 대해 정부가 세금을 걷으면 된다”며 “매출이 커질수록 세율도 커지는 누진제를 적용해 고객 데이터가 많이 쌓임으로써 힘이 생기는 것을 견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들이 검색과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위해 구독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로 가는 것이 맞지만, 그렇게 가기 힘든 상황이라면 세금을 내는 것이 옳다”며 “디지털 광고 누진세가 적용되면 빅테크들이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려가며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대신 다른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