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교산' 지장물 놓고 줄다리기
LH, 예정지 돌며 주민설득 작업
더 늦어질 경우 '강제수용' 추진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5일 인천 계양지구 사전청약을 실시한다. 3기 신도시 발표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사전청약이다. 사전청약 물량은 1050가구로 지구 전체 물량(1만7000가구)의 6% 가량이 사전청약 물량으로 풀린다.
문제는 보상이다. 주택 착공에 맞춰 진행하는 일반적인 분양과 달리 사전청약은 아파트를 지을 땅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토지 확보 상황에 따라 사전청약 시점과 아파트 입주 시점이 크게 벌어질 위험이 있다. 2010년 사전청약제(당시 이름은 '사전예약제')가 시행됐던 하남시 감일지구와 시흥시 은계지구 등에선 보상이 발목을 잡으면서 본청약과 공사가 줄줄이 지연되다 지난해에야 입주가 시작됐다.
이번에도 3기 신도시 보상 작업은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계양지구의 보상률(토지 평가액 대비 보상금 집행 비율)은 지난주 기준 60.5%. 4월(56.9%)과 비교하면 두 달 동안 3% 남짓 올라가는 데 그쳤다. 국토부는 내년 하반기 착공, 본청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신도시 부지의 40%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오는 11월 청약을 받는 경기 하남시 교산지구 토지 보상률은 80.1%다. 계양지구보다는 토지 보상 작업 속도가 빠르지만 교산지구에선 지장물(공공사업을 위해 이전하거나 제거해야 하는 물건) 보상 문제가 복병 노릇을 하고 있다. 일부 주민이 LH를 믿을 수 없다며 올 봄부터 보상을 위한 지장물 조사를 막아서고 있어서다. 이들은 충분한 이주 대책과 생계 보상 대책을 마련하라고 LH에 요구하고 있다. 공업지역과 주거지역이 혼재된 교산지구는 공장과 창고 등 지장물이 다른 3기 신도시 예정지보다 많다.
장동성 교산지구 원주민 재정착위원회 사무국장은 "헐값 보상으론 주변에서 전셋집도 마련할 수 없다"며 "이주 대책과 생계 보상 대책이 선결돼야 지장물 조사를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 작업이 불투명하긴 다른 지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연말 사전청약을 받는다는 고양 창릉·부천 대장·남양주 왕숙지구에선 아직 보상 절차가 시작도 안 됐다. LH 등이 토지주와 땅값을 흥정하면서 반대 쪽에선 아파트를 분양하는 촌극이 펼쳐질 수 있다.
김현준 LH 사장은 취임 이후 3기 신도시 예정지를 잇따라 찾아 보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달 1일에도 교산지구 등을 찾아 지장물 조사 재개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 사장은 “충분한 이주 대책을 통해 주민과 교감하는 보상으로 원만히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라”고 현장 담당자에게 지시했다. 이에 대해 장 국장은 "김 사장 방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LH가 유화적인 주민단체와만 대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LH는 다른 한 쪽에선 강제수용도 준비하고 있다. LH는 이달 중 계양지구와 교산지구에 대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토지 수용재결을 신청할 계획이다. 수용재결이란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 수용 절차가 합의되지 않았을 때 사업시행자가 보상금 지급·공탁(법원 등에 금전을 맡기는 것)을 조건으로 토지를 강제로 취득하는 제도다.
토지 보상 전문가인 신태수 지존 대표는 "수용재결을 신청한 건 협의 보상을 사실상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3~6개월 정도 걸리는 재결 절차가 마무리되면 토지주는 사실상 토지 소유권을 뺏기고 보상액 적정성을 두고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그러면서도 "지장물은 현장 조사가 없으면 감정평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아파트 착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