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공공주택 대신 상업지역 조성"…정부 계획과 정면충돌
서울 용산구 남영동 '캠프킴' 공공주택사업이 첩첩산중에 빠졌다. 오염된 토양을 정화한 후 신규 아파트 청약까지 받으려면 2년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 공공주택사업을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하는 과제도 풀어야 한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달 '캠프킴 및 주변 지역 토양 정화' 용역 사전규격(발주에 앞서 공개하는 조달요청서)을 내놨다. 캠프킴은 주한 미군이 2018년까지 주둔하던 군사기지다. 지난해 말 한국에 반환됐다. 국토교통부는 캠프킴 부지에 3100가구 규모 공공주택 단지를 공급하겠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캠프킴 부지에 주택을 지으려면 현 토지주인 국방부가 땅을 공공주택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넘겨줘야 한다. 이에 앞서 오염된 토양도 정화해 주거에 무해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환경부는 사전 조사 중 캠프킴 부지에서 다이옥신·비소 등 유해 물질을 검출했다. 환경공단이 토양 정화 용역을 추진하는 것도 이들 유해 물질을 정화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시간이다. 환경공단은 캠프킴 토양 정화에 24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산한다. 당장 이달이나 다음 달 용역을 맡을 사업자를 정하고 정화 작업에 들어가도 2023년 하반기에나 멀쩡한 땅이 된다는 의미다.
과거 오염 정도가 심한 미군 기지를 정화했던 선례를 고려하면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반환된 춘천 미군 기지 등에선 토양 오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10년 가까이 정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 평가에 따르면 현재 캠프킴 지역 발암 위험도(독성 물질 노출로 암에 걸릴 확률)는 100분의 2로 최대 허용치(10만 분의 1)보다 2000배 높다.
토양 정화가 늦어지면 그만큼 주택 공급도 늦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 인·허가를 받으려면 정화 작업이 어느정도 마무리돼야 사전청약(본청약에 1~2년 앞서 입주자를 모집하는 것)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청약과 본청약이 줄줄이 2023년 이후로 밀릴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애초 캠프킴 사전청약 일정을 올해 초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화 작업 중 토지 이전 등을 진행해 행정 기간을 단축하겠다. 환경부 등과도 정화기간을 줄이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킴 공공주택사업 앞에 놓인 또다른 변수는 지역사회 반발이다. 용산구는 최근 캠프킴 일대를 상업·업무·문화 기능을 갖춘 상업지역으로 조성하겠다는 지구단위계획을 공개했다. 중앙정부 계획과 정면 충돌하는 구상이다. 입주자 모집 승인 등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와 충돌하면 공공주택사업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용산구 주민 일부도 캠프킴을 복합상업지구로 개발해달라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 측에선 "공공택지 조성을 위한 공공주택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일방적으로 도시계획을 강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