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회의 계기 미국, 터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영국 등 양자면담
정부는 9~10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베네치아 현지에서 진행된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첫 대면 다자회의였는데, 양자회담도 활발하게 진행됐다”며 “미국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취임 후 대면이 없어서 우리가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고 그쪽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였는데, 다른 국가들은 대부분 그쪽에서 먼저 제안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방역에서도 성과를 거뒀고, 경제 방역도 다른 나라보다 선방했다고 평가받는다”며 “주요 7개국(G7)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홍 부총리는 미국, 터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영국 재무장관 및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양자면담을 가졌다. 이 중 영국은 올해 G7 의장국, 이탈리아는 G20 의장국이다. 프랑스와 캐나다도 홍 부총리에게 양자면담을 제안했으나, 현지 사정으로 실제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캐나다 재무장관과는 10월 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앞다퉈 한국에 면담을 제안한 건 한국의 특수한 위치 때문이다. IMF 구제금융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꾸준히 유연한 자본이동 관리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여기에 신흥국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도 금융·외환위기 과정에서 극심한 자본 유출입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다.
선진국들은 디지털세 논의 등과 관련해 한국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신흥·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 그룹에서도 한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미국의 태도도 호의적이다. 홍 부총리는 “(옐런 장관에게) 한국의 입장을 말하면 아주 수용적으로 받아들였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했을 때 다섯 가지 경제협력 분야를 강화하기로 한 조치 있는데, 내가 후속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겠다고 하니 거기에 동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세 초과이익 배분율도) 다른 국가들은 포지션을 안 냈는데 우리는 20%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옐런 장관에게 말했더니 한국의 입장을 알겠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이슈에선 한국이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세션2 선도발언을 통해 저소득국에 대한 채무부담 완화를 촉구했다. 홍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IMF 특별인출권(DSR) 활용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특히 저소득국의 채무정보가 투명하지 않은데, 중국 등 일부 국가가 부정적인 반응이지만, 우리는 채무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국제사회에 맞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