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목표
업계 “단일 기술 금지 비합리적, 혁신 초점 맞춰야”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EC)는 이날 역내 온실가스 대폭 감축을 위한 포괄적인 탄소 배출 감축 계획 ‘핏 포 55’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한 55% 줄이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전 산업이 화석연료 탈피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 엔진 차량의 신차 판매를 2035년부터 사실상 금지하고, 역외에서 수입하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에 대해 세계에서 최초로 국경 탄소세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국경탄소세는 2023~2025년을 이행 기간으로 두고,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EU보다 환경 규제가 낮은 나라에 대해서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 더욱 공평한 경쟁 환경을 확충한다는 목표다. EC는 2030년 이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관련한 세수가 연간 91억 유로(약 12조344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네덜란드나 스페인 등 회원국 차원에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방침이 제시된 적은 있지만, EU 차원에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는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에는 올해 대비 55% 줄이고, 2035년은 10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단일 기술을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라며 EC의 새 목표를 비판했다. 올리버 집세 ACEA 회장은 “EU는 특정 기술을 강제하거나 사실상 금지하기보다는 혁신에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세는 BMW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힐데가르드 뮬러 독일자동차협회(VDA) 회장은 “203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것은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내연기관차를 사실상 금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기술혁신 가능성을 닫고, 소비자 선택 자유를 제한하며, 많은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호소했다.
방침에 반발하는 것은 비단 산업계뿐만이 아니다. 프랑스는 자국 자동차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면서 일자리 상실을 초래할 새 목표에 반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내연기관 차량 퇴출로 2035년까지 프랑스에서 약 10만 개 자동차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현지 자동차 산업은 현재 약 19만 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