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으로 모여라” 유통가, 집콕 응원 마케팅으로 선회ㆍ가전업계도 TV 등 수요 기대 안해
산업계의 도쿄 올림픽 마케팅 열기가 예년만 못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거리 응원이 어렵고, 저녁 시간대 음식점과 주점 등의 출입이 제한되면서 흥행 기대감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욱일기 응원 논란, 문재인 대통령 방일 무산 등으로 분위기마저 껄끄러워 열기가 달아오르지 못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통상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맞춰 각종 마케팅 행사를 진행했지만, 이번 도쿄 올림픽은 특수가 실종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사실상 심야 시간대 모임이 불가능해졌고, 반일 분위기까지 겹쳐 도쿄 올림픽 응원과 관련된 마케팅이 호응을 얻기 어려운 탓이다. 일본 현지에서도 도요타자동차와 NTT, NEC, 파나소닉 등 올림픽 스폰서 업체도 개막식에 불참하고, 사실상 무관중으로 치러지며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유통가에서는 올림픽 개최 하루를 앞둔 이날까지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다음주까지 올림픽과 관련해 따로 기획된 행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거리두기 4단계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되며 월드컵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주요 국제 스포츠 대회가 열릴 때마다 맥주는 편의점 업계의 단골 이벤트 상품이다. 편의점들은 맥주 할인 행사와 야식 안주 프로모션 등 관련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자체 홈페이지에만 행사를 전달하는 식으로 조용하게 치른다. GS25는 올림픽 축구 본선이 진행되는 22일과 25일, 28일 수입 맥주와 수제 맥주 4캔에 1만 원 행사와 8캔 구매시 신용카드 캐시백 이벤트를 열고, ‘쏜살치킨’을 반값에 판다. 세븐일레븐은 31일까지 와인 3종을 최대 19% 할인하고,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 치킨을 50.5% 할인한다.
A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언제 올림픽 관련 마케팅에 나설지 시기를 조율 중”이라면서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 편의점 관계자는 “일부 프로모션은 있지만, 대대적으로 홍보를 진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호텔업계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부터 응원과 숙박·식음료 연계 묶음 상품을 출시해왔지만 이번 대회에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거리두기 강화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숙박시설은 전 객실의 3분의 2만 운영해야 하고, 오후 6시 이후에는 3명 이상의 사적 모임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주요 스포츠 행사 때마다 특수를 누린 치킨업계도 아직까지 잠잠하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현재는 복날을 겨냥한 이벤트밖에 없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이번에는 조용히 넘어가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집콕 응원 마케팅만 간간히 보인다. 이마트는 집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홈관중’을 위해 22일부터 28일까지 할인전을 연다. 수입맥주는 골라담기를 통해 4캔을 9000원에 판매하고, 즉석조리식품은 신세계 포인트회원 인증 시 3000원 할인한다. 에어컨과 TV 등의 행사에도 나서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최대 20만 원 할인한다.
홈플러스도 28일까지 전국 매장과 홈플러스 온라인에서 ‘승리 기원’ 할인전을 통해 소고기와 과일 등 먹거리와 야식 메뉴, 와인 등을 싸게 판다. 브랜드 축구공 전품목을 20% 할인가에 선보이고 다음달 4일까지 스포츠 완구 20여 종과 보드게임 70여 종을 20% 할인 판매한다.
롯데홈쇼핑은 내달 8일까지 국가대표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파이팅 코리아 쇼핑대전’을 진행해 방송 중 응원 영상과 쇼호스트 멘트를 통해 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국가대표 선수단 응원을 독려할 예정이다. 대형 스포츠 기간 동안 주문고객 연령이 낮아지고, 남성 고객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남성 상품을 확대 편성하고, 야식으로 즐길 수 있는 간편식도 판매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년에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 몇 주 전부터 마케팅에 나서지만 이번에는 올림픽이 일본에서 열리는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자칫 역풍이 불까 분위기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자 업계도 예년처럼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번 올림픽의 열기가 예년만 못한 점과 대표적인 올림픽 특수 가전인 TV가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 수요(보복 소비)로 판매가 늘어난 점 등이 이유다.
1998년부터 23년간 올림픽 월드와이드 파트너로 활동 중인 삼성전자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 10여 명으로 구성된 ‘팀 갤럭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한 명인 김연경 배구 국가대표 선수는 20일 출국길에서 아직 출시되지 않은 ‘갤럭시 워치4’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또 일본 이동통신사 NTT도코모와 협업해 만든 ‘갤럭시S21 올림픽 에디션’ 1만7000여 대를 올림픽과 패럴림픽 선수 전원에게 제공했다.
그러나 이번 도쿄올림픽의 경우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적극적 홍보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비대면 홍보 및 일부 제품 노출 등 소극적 마케팅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
5년 전 리우올림픽 때는 '갤럭시 S7 엣지 올림픽 에디션’을 한국과 브라질, 미국, 독일, 중국 등에서 한정판으로 2016대씩 판매한 반면 이번 올림픽 에디션의 경우 일본에서만 판매 중이다.
LG전자도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OLED TV의 수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엔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다만 출시 전 제품인 ’전자식 마스크 2세대‘를 태국 국가대표를 통해 홍보하는 등 틈새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대표적인 라이벌 기업인 토요타(TOYOTA)의 안방인 만큼 마케팅 영향력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미 토요타가 공식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올림픽 마케팅 전략은 사실상 전무하다. 다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양궁협회장 자격으로 경기를 참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