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복 기대감 반영…구리, 대표적 ‘산업금속’
영국보다 가격 비싸…미국 경제 낙관론 크다는 의미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9월물 구리 선물가격이 12월물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9월물 가격은 파운드당 4.5740달러로, 12월물은 4.5230달러로 각각 장을 마쳤다.
보통 선물가격은 미래 시점의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이 포함돼 현물이나 시점이 이른 다른 선물보다 비싸다. 백워데이션은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음을 시사하는 현상이다.
구리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은 올해 들어 큰 폭 상승했다. 백신 접종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 기대와 미국 정부의 인프라 재건 정책이 원자재 수요 기대감을 키우면서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공급망이 불안해진 점도 가격을 끌어올렸다. 4월 이후 뉴욕상품거래소 창고의 재고가 감소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올리버 뉴젠트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무역 차질도 문제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요가 매우 강하다”면서 “수급 불일치가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구리선물 가격 오름세를 두고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구리는 전기·전자·통신·건설 등 각종 산업분야에서 필수로 쓰여 선물 가격 추이가 경기 선행척도로 통한다. 전선, 케이블, 동판, 파이프 등에 들어간다. 구리를 제련해 순도를 높인 전기동은 전기·전자·통신·항공우주 분야 주요 소재다. 전기차 배터리에도 구리가 들어간다.
다만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나 상하이거래소에서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 톤 단위로 거래되는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가격과 비교하면 뉴욕시장에서의 가격은 톤당 250달러 더 비쌌다. 2011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차이를 두고 미국과 유럽,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은 경제 성장세가 약한 상황이다. 그 여파로 LME 창고에 있는 구리 재고는 지난달 초 이후 40%가량 늘어났다. 중국도 당국의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