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대비 신규 물량 태부족
"더 비싸진다" 매수심리 자극
반포주공1단지 두달새 2.3억 올라
서울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140㎡형은 지난달 21일 55억 원에 팔렸다. 역대 최고가 거래다. 종전 최고가는 5월 14일 매매된 52억7000만 원이었다. 두 달 새 2억3000만 원이 오른 것이다. 현재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의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57억 원에 달한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형은 지난달 22일 28억4000만 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썼다. 종전 최고가는 같은 달 14일 거래된 27억9800만 원이었다. 일주일여 만에 4200만 원이 오른 셈이다..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30억 원 수준이다.
서울 강남 일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급기야 거래가격이 3.3㎡당 1억 원이 넘어선 아파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112㎡형은 지난달 24일 46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밖에도 반포주공1단지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4차ㆍ한양1차,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8차ㆍ신반포2차ㆍ래미안퍼스티지 등에서도 3.3㎡당 1억 원을 웃도는 거래가 최근 이뤄졌다.
압구정동 G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매물을 잡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시세가 어느 정도까지 오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집값 고점 경고에도 강남 일대 매수심리도 더 강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일 기준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6.5로 전주(104.6)보다 1.9포인트 높아졌다. 매매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기준선인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강남4구의 매매수급지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이 일대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팔겠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그만큼 수요자가 늘어 향후 집값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4구 일대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앞으로의 공급 물량은 많지 않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부터 내년 12월까지 강남4구 일대 아파트 입주 물량은 5537가구에 불과하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 562가구, 강남구 1267가구, 송파구 3520가구, 강동구 188가구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입주 물량으로는 강남권 집값을 잡기에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실수요자에 비해 강남 일대 공급량이 현저히 부족하다 보니 정부가 아무리 집값이 고점이라고 경고해도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에라도 규제 완화를 통해 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이끌어 공급을 늘려야만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강남권 집값 상승은 재건축 단지들이 견인하는 모양새다. 송파구에서는 정비사업 진척 기대감이 있는 잠실동 재건축 단지를 위주로, 강남구는 압구정·도곡·대치동 위주로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 서초구는 서초·방배동 재건축 위주로, 강동구는 둔촌·고덕·길동 위주로 오르며 강남4구 전체 아파트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