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전 5년 평균 대비 45% 급증한 수치
기업 지출에 소극적 태도 유지로 M&A 시장 회복 더뎌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P글로벌이 2분기 기업들의 실적 보고서를 토대로 집계한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 기업의 현금과 단기 투자액이 6조8400억 달러(약 8048조6000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 5년간 평균과 비교했을 때 45% 큰 규모로 직전 분기인 올해 1분기보다 2.6% 늘어났다.
앞서 전문가들은 2분기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미국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팬데믹 때처럼 현금을 쌓아두지 않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장기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팀은 4월 보고서에서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세계 경제가 재개되면서 S&P500지수 편입 기업의 올해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기업 지출 증가율 전망치를 10%에서 19%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반전됐다.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자 기업들이 현금 지출 대신 축적을 다시 택하기로 한 것이다. JP모건체이스는 6일 보고서에서 “(기업들의) 글로벌 자본 지출은 올해 강력한 출발을 보였으나 3분기에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연간 기준 기업 지출 증가율 전망치를 12.9%에서 5.8%로 대폭 낮춰 잡았다. 특히 경제 재개 수혜 업종으로 꼽혔던 여행·항공 관련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크루즈 운영업체 카니발은 백신 접종 확대 이후 전체 91척의 선박 중 23척을 운행하는 등 부분적으로 영업을 재개하고 있으나 불확실성을 대비해 여전히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현금 보유액은 약 90억 달러에 달한다. 팬데믹 이전 수준(20억~25억 달러)을 감안하면 3배 넘게 현금을 늘린 셈이다. 유나이티드항공도 2분기 23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해둔 상태다. 이는 2019년과 비교했을 때 4배가 넘는 규모다. 델타항공도 2분기 총 178억 달러어치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2019년 대비 5배가 넘는 규모다.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대비해 현금을 쌓아놓다 보니 M&A 시장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M&A 시장 거래 규모는 85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 증가한 것이긴 하나 2019년 분기 평균인 9480억 달러에는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아문디SA 미국법인의 켄 토브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부 산업은 이미 팬데믹에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다시 봉쇄령이 발령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유동성을 더 유지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의 행보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