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귀환에 여성들 살아남지 못할 것”
HRW 여성권리국장 “탈레반, 정부로 인정받고자 쇼 벌여”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승리를 선언한 지 사흘째, 현지에선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목숨 걸고 탈출 비행기에 몸을 날리는 시민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목숨을 걱정한다. 특히 아프간 여성들은 히잡을 둘러쓴 채 집에 들어가 탈레반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19일 본지는 아프간 현지 인권운동가와 인권단체 대표, 국제기구 전문가 등과 아프간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소셜미디어 왓츠앱과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아프간 현지에서 여성 인권을 대변하는 인권운동가인 자르미나 카카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을 걱정 중이다. 카카르는 “20년간 아프간에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대변하던 여성들은 이제 공포에 떨며 살고 있다”며 “탈레반이 돌아오면서 여성들은 벽 안에 갇혀 언제라도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카르는 “탈레반은 히잡의 의무 착용을 전제로 여성이 공부하고 일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성들은 히잡과 그 착용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에게 히잡 착용 의무는 단순한 복장 권고가 아닌 이슬람 샤리아법에 따라 사회를 엄격하게 통제하려는 탈레반의 태도를 의미한다. 실제로 탈레반이 여성 인권에 대해 발표했던 18일 공교롭게도 부르카 없이 외출한 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진 사진이 공개됐다.
카카르는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수년 동안 맞서 싸워온 여성 인권운동가와 정치운동가들”이라며 “이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낙담했다. 이어 “우린 20년 전 탈레반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가진 만큼 그들을 믿지 않는다”며 “국제사회가 아프간의 여성과 어린이 안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 국장은 “탈레반은 도시를 장악하던 지난 몇 주간 전국적으로 여성들에 대한 잔혹한 탄압을 계속했다”며 “그들은 정치인처럼 보이고 정부로서 존중받기 위해 쇼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탈레반은 국제사회와 유엔이 아프간 전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유롭게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두려움은 세계가 아프간 여성들을 잊고 탈레반의 자비에 맡겨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에 군대를 파병했던 국가들은 아프간이 1996~2001년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며 “여성과 소녀들이 공부하고, 일하고, 꿈을 좇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