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엑소더스’, 인재유출 심각…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10만 명 해외로

입력 2021-08-3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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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말 내년초 해외이주 절정 달할 것 관측
교육·의료 부문서 유출 두드러져
1년새 의사 4.6%·간호사 6.5% 퇴직

▲홍콩의 한 가족이 6월 30일 영국으로 영구 이민을 위해 공항 출국장에서 수속을 밟고 있다. 홍콩/AP뉴시스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이후 인재 유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베테랑 의사·간호사 등의 해외 이주가 늘어나면서 의료 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1960년대부터 꾸준히 증가했던 홍콩의 인구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6월 홍콩보안법을 제정하고 시행한 기점으로 홍콩인들의 해외 이주가 본격화한 영향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기준 홍콩 인구는 1년 사이 8만 명 줄어든 739만 명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이민을 준비하는데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올해 말부터 이민 행렬이 본격화돼 내년 해외 이주가 정점에 도달, 그 규모가 1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으로 향하는 특별 비자신청은 올해 2~6월 6만500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4만7300명이 승인을 받았다. 영국은 홍콩보안법에 반발하며 올해 1월 31일부터 영국 해외시민(BNO) 여권을 가진 홍콩인의 이민 신청을 받고 있다. BNO 대상자가 비자를 신청하면 5년간 거주·노동이 가능하게 한 뒤 시민권 신청을 허용한다.

특히 교육과 의료 현장에서의 인재 유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닛케이는 경험 많은 교사들의 해외 이주로 당장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 1일 학교의 풍경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2개월간 당국에 의해 강제 해산된 민주주의 성향 단체에는 교사와 교직원 노조가 포함됐다.

공립 병원 등을 관할하는 홍콩 의원관리국은 올해 6월 말까지 최근 1년간 전체 홍콩 의사의 4.6%, 간호사의 6.5%가 퇴직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된 퇴직 사유로는 해외 이주가 꼽힌다. 홍콩 현지 언론은 고난도 수술을 집도하는 베테랑 의사들 사이에서 해외 이주를 결정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환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녀를 위해 더 좋은 의료와 교육환경을 찾아 이주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고급 인재 유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규모 해외 이민은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던 시기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정부는 이민자 수 통계를 집계하고 있지 않지만, 톈안먼 사건(1989년) 직후부터 홍콩의 중국 반환(1997년) 사이인 1990년~1994년 5년 사이 해외로 이주한 홍콩 시민은 30만 명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중국이 홍콩의 자치를 보장하는 ‘일국양제’를 약속하자 11만8000명 정도가 돌아왔다.

구라타 도오루 릿교대 교수는 “톈안먼 사건 당시 홍콩을 떠나는 시민의 해외 이주 행렬이 있었다”면서 “당시엔 상황이 진정되자 다시 홍콩으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번에는 아예 가족과 함께 떠나는 등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의지가 큰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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