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따른 해외 수주시장 장기침체와 발주량 감소 영향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수주시장의 장기 침체와 발주량 감소 등으로 또다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는 목표액인 300억 달러 달성 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166억 달러(약 19조5033억 원)를 기록하고 있다. 13년 만에 최악의 수주실적을 기록한 2019년 동기(139억 달러)보다는 낫지만 전년 동기(182억 달러)보다는 10% 가까이 감소했다. 수주건수(331건)는 전년 동기(375건)보다 12% 줄었고, 진출 국가(83곳) 역시 9% 줄어 총체적인 부진을 보였다.
눈에 띄는 것은 중동 국가 내 수주액 급감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인 중동 수주 규모는 현재 44억 달러로 작년 동기 실적(83억 달러)의 반토막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사실상 중동지역의 수주 가뭄이 전체 시장 부진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 외 △아시아 78억→76억 달러 △태평양·북미 5억→15억 달러 △아프리카 6억→2억 달러 △중남미 3억→7억 달러로 미미한 변동폭을 보였다. 그나마 유럽에선 22억 달러를 기록하며 작년 연간 수주액(16억 달러)보다도 많은 수주액을 손에 넣었다.
해외건설 수주가 이처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은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발주량이 줄어서다. 국제유가가 최근 70달러를 밑돌 만큼 높아졌지만 저유가가 워낙 장기간 지속돼 중동 국가들의 재정상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발주 계획 역시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확산으로 대면 영업 활동이 위축된 것도 큰 걸림돌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주 자체도 지연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별 이동 제한 조치에 영업활동이 사실상 중단됐고, 그 여파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문제는 변이 확산이 현재 진행형이어서 앞으로의 영업활동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올해 남은 4개월 동안 메가톤급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않는 이상 전년 연간 실적(351억 달러)을 뛰어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연말까지 190억 달러에 가까운 수주액을 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관측이다.
최악의 경우 300억 달러 달성도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세일즈 외교와 함께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사업 기회 발굴이나 금융 지원도 이동의 자유와 영업활동이 보장될 때 가능한 얘기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손 연구원은 "악화하는 해외건설 수주시장을 타개할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게 사실이나 업계와 정부가 꺼낼 마땅한 카드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다만 발주처들의 사업 계획이 정상화될 때를 대비해 파이낸싱과 인력 운영 계획 등 입찰 준비 시스템을 미리 갖춰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