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안 바뀌면 상승폭 커져"
지난해 7월 31일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셋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급기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평균 전셋값이 3.3㎡당 1억 원을 넘는 아파트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1년 새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억3000만 원 이상 올랐다.
23일 부동산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면적 31.4㎡형은 지난달 5일 보증금 12억6000만 원(6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3.3㎡(평)당 환산한 이 아파트 전셋값은 1억3264만 원으로 '3.3㎡당 전셋값 역대 최고액'이다.
강남구 청담동 브르넨 청담(1억671만 원)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1억201만 원),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1억107만 원) 등도 3.3㎡당 1억 원이 넘는 전세 계약이 잇따랐다. 서울 강북권에선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9984만 원)가 3.3㎡당 전셋값이 1억 원에 육박했다.
3.3㎡당 1억 원이 넘는 전셋값은 흔치 않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구 3.3㎡당 평균 전셋값은 4024만 원이었다. 성동구는 2701만 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일부 신축 단지와 주거 환경이 우수한 곳은 평균을 훨씬 웃도는 가격에 전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강남구 H공인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전셋값이 꾸준히 급등하고 있다"며 "중소형 이하 아파트의 경우 매물이 나오면 바로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급등은 새 임대차법 시행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고가 전세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2402만 원으로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작년 7월 4억8874만 원보다 1억3528만 원 올랐다.
자치구별로 가장 크게 오른 곳은 강남구다. 1년 새 2억5857만 원이 오르며 7월 평균 전셋값이 11억3065만 원을 기록했다. 이어 송파구 2억1781만 원, 강동구 1억9101만 원, 서초구 1억7873만 원, 용산구 1억5990만 원 순으로 올랐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평균 전셋값이 1년 새 1억 원 넘게 오른 곳이 17곳에 달한다. 상승폭도 눈에 띈다. 2019년 7월 서울의 평균 전셋값은 4억4782만 원으로,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1년 새 4092만 원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전셋값 증가액이 3배 넘게 커진 것이다.
김 의원은 "새 임대차법 때문에 전세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는 점이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의 대대적인 정책 기조 전환이 없다면 전세 상승폭은 더욱 커지고 국민들은 더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